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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와 점심을

제자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고1, 고3 때 담임을 했던 제자다. 제자는 굳이 우리집 근처로 오겠다고 했다. 집에서 11시에 나와 올림픽 공원을 통과해 12시에 올림픽 공원 앞의 라미옥이라는 한식당에서 만났다. 수육 한 접시에 막걸리를 두 병 먹고 곰탕을 한 그릇 먹었다.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30여 년 전 이야기를 엊그제 있었던 일처럼 이야기 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더 많았다. 옆의 제과점으로 자리를 옮겨 커피와 케잌을 먹었다. 그냥 전철을 타고 가라고 해도 함께 걷겠다면서 우리 동네까지 걸어와 버스를 타고 갔다. 우리는 12시에 만나 5시에 헤어졌다. 아주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고국 방문 2021.08.01

불타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이 불볕더위로 불타고 있다. 7월초에 장마가 몰려온다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던 일기예보는 완전한 오보였다. 8월이 되도록 장마는커녕 지나가는 비조차 한 방울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하루 종일 34도-35도를 넘나들어 에어컨을 틀고 선풍기를 껴안고 있어도 온몸이 땀에 젖어 있다. 한밤중에도 30도를 오르내리는 열대야가 계속되어 자다 일어나 찬물 샤워를 한바탕 하지 않고는 못 견딜 정도다. 그러나 물이 생각만큼 차지 않아 달궈진 몸은 식지 않는다. 이렇게 뜨거운 날씨가 낮밤을 가리지 않고 계속 되는 가운데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여야 후보자들간의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는 상호 비방은 더위를 한층 더해주고 있다. 각 정당의 후보로 선출되기 위한 출마자들간의 비방전이 역겹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고국 방문 2021.07.29

함우영 선생님

함우영 선생님은 내 인생에 커다란 가르침을 주신 분이었다. 나 역시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선생님을 닮으려고 애쓰며 생활하였다. 고3 첫날, 선생님은 아침에 일어날 때 스스로 일어나는 방법을 알려 주셨다. "잠들기 전에 자기에게 명령을 내려라. ‘내일 5 시에 일어난다.’ ‘난 틀림없이 다섯 시에 일어난다.’ 이렇게 명령을 내리고 잠들면 다음날 틀림없이 다섯 시에 일어나게 된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53 년 동안 기상 시간은 내가 내린 명령대로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어서 '30년 후의 나'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오라고 하셨다. ‘나는 해군사관학교에 가서 해군 제독이 되고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대통령하는데 해군사관학교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어떻겠냐고 썼던가? 아무튼 해군사관학교에 가겠다’고 했다. 선생님..

고국 방문 2021.07.27

만날 때마다 자기 불행을 노래하는 친구

만나기만 하면 자신의 불행에 대해 늘어 놓는 친구가 있다. 친구가 나보다 세살 위이다. 불고기에 냉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종로의 한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시간이 지났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30여분 지나서 나타났다. 늦은 것이 자기의 잘못이 아니다. 식당이 대로변에 있지 않고 이렇게 좁은 골목에 있는 것이 문제다. 자기가 식당을 찾느라고 40여분을 헤매게 한 것은 완전히 식당의 잘못이다. 불고기와 냉면을 시켰다. 친구가 봉투를 하나 꺼내더니 300달러라면서 내게 내밀었다. 난 받지 않고 뭐냐고 물었다. 작년에 내게 미국사는 자기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조의금을 대신 내달라고 했는데 그 돈이라고 했다. 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 그런 적이 있다. 아니 그런데 300달러인지는 어떻게 아냐고 물..

고국 방문 2021.07.26

제자들과

저녁에 세 명의 제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둘은 1학년 때 내가 담임을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우리 학급의 바로 옆반 학생이라고 했다. 여학생이다. 여학생은 현재 미국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으며 교장연수를 받았고, 자격시험에도 합격해서 곧 교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공부도 계속하고 있어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 제자는 내가 워싱턴 DC 여행중에 친구집에 머무르고 있을 때, 자기 집 근처에 내가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2시간을 직접 운전해서 찾아와 인사하고 간 적도 있다. 해마다 여름방학때 한국에 나와 인강 녹화를 하고 간다고 했다. 화학과 물리 두 과목. 물론 돈을 받고. 담임을 했던 제자 중 한 사람은 현재 모기업 대표로 일하고 있고, 미국에 와서 내게 연락해 두 ..

고국 방문 2021.07.25

강화 텃밭에서

중학교 동창생 친구가 작년에 강화도에 별장을 샀다고 알리면서 한국에 오면 꼭 안내하겠다고 했다. 시간이 되어 1박 2일 함께 하기로 했다. 마침 시간이 된다는 친구 석광훈 신부님과 함께 가기로 했다. 11시 30분에 교대역 근처의 샘밭막국수 집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친구차를 타고 강화로 갔다. 가는 길에 성공회 강화성당에 들려 성당의 역사에 대해 들었다. 집에 도착해서 땀을 좀 식히고 전등사에 들려 한 바퀴 돌고 죽림다원에서 대추탕을 한 그릇씩 마셨다. 집으로 오는 길에 소갈비와 돼지갈비를 사갖고 와서 저녁으로 먹었다. 밖에서 모기에 헌혈하면서. 모기가 나만 물었다. 친구 텃밭에서 자라는 것들을 찍었다.

고국 방문 2021.07.25

한미삼지회 1박2일 야영

걸어야 산다. 넷이 모여 하룻밤을 자는둥 마는둥 보내고 캠프에서 오전 4시쯤 일어나 어젯밤 먹다 남긴 삼계탕으로 닭죽을 쑤어 5시에 아침을 먹고 6시경 나왔다. 원래 계획은 오봉을 지나 여성봉을 거쳐 송추계곡으로 넘어가 ‘전’을 잘 부치는 집에서 전을 먹고 탕수육과 짜장 짬뽕이 유명한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늘을 찾아 계곡 속을 누비며 이곳저곳 헤매다가 간식으로 준비해온-일행중 80살 자신 분의 83세 누님이 정성껏 만들어 보내주신- 샌드위치를 두 차례에 걸쳐 나눠 먹다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어쩌면 계곡 흐르는 물속에 발담그며 놀다가 바뀌었는지도 모른다. 오봉을 거쳐 송추 계곡으로 넘어가서 전을 먹고 짜장면을 먹기에는 배가 너무 부르다. 그냥 여기 이 그늘 속에서 쉬었다 가자. ..

고국 방문 2021.07.22

지금 서울은

낮에는 4인 오케이 밤에는 2인까지 올림픽 공원 검사소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7월 8일(목), 중학교 동창생들의 모임이 있었다. 13명이 모이기로 했으나 7명만 참석했고, 6명은 불참했다. 그 중 5명은 불참하겠다고 알려 주었고 1명은 아예 참석여부를 밝히지도 않았다. 불참을 통보한 사람 가운데 두 사람은 7월 16일, 다른 한 사람은 17일 따로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다. 거리두기를 염두에 두고 당일 참석하지 않고, 따로 만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모임이 있던 날도 식당에서 7명이 한 자리에 앉지 못하고 4명이 한 테이블에 앉고 다른 세 명은 다른 테이블에 떨어져 앉아야 했다. 왜냐하면 한 테이블에 4명 이상 앉으면 방역수칙을 어기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사..

고국 방문 2021.07.17

영김과 함께

영김 미연방하원의원이 한국에 왔다가 짧은 일정을 마치고 오늘 미국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허락하면 영김 부부와 하루정도 날을 잡아 함께 지내려 했는데 꽉 짜여진 일정으로 도저히 틈을 낼 수 없었다. 내일 떠나는데 차라도 한 잔 하겠냐고 연락이 왔다. 동네 친구이기는 하지만 멀리 고국에 같은 시기에 와 있으면서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영의 남편 찰스가 10시에 공식 일정이 끝나는데 그때도 괜찮은가 물었다. 좋다고 했다. 마침 미국에서 고등학교 화학 선생님을 하는 제자가 '인강수업' 동영상을 찍으러 한국에 나와 있는데 심심해 하고 있다고 해서 영김 의원을 만나러 가는데 가지 않겠냐고 물으니 좋다고 했다. 영김 부부가 묵고 있는 숙소에 도착하니 제자는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로..

카테고리 없음 2021.07.11

경복궁

한 동안 소식이 뜸했던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대학 졸업후 신문사에 입사해서 평생을 기자로 일하다 은퇴한 친구는 하루도 쉬지 않고 서울 시내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는다며 경복궁 매표소 앞에서 만나자고 했다. 내게 경복궁에서 찍은 빛바랜 흑백 사진이 한 장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와 함께 찍은 손바닥 반만한 크기의 작은 사진이다. 내 옷차림으로 보아 초등학교 1학년 가을에 찍은 사진인 듯하다. 자리를 펴고 앉은 사람들 뒤로 경회루가 보인다.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사진 한 장이 어릴 적부터 경복궁을 친숙한 곳으로 느끼게 해주었었다. 그런 내 사진에 관해 얘기한 적도 없는데 친구는 덕수궁도 아니고, 창경궁, 창덕궁, 경희궁도 아닌 경복궁에서 만나자고 했다. ..

고국 방문 2021.07.08

더운 날 걷기

오늘 비대면 수업을 하는 손녀랑 짜장면을 시켜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고 있었다. 늘 친 형님처럼 배려를 우선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사돈께서 오늘 집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함께 올림픽 공원을 걷자고 연락했다. 해가 가장 높이 떠서 더위가 한참이라 걷기 힘들 때. 그냥 가만히 있어도 땀이 등과 배로 흘러내리는 날, 우리는 공원을 걸었다. 땀이 온몸을 적셔서 흠뻑 젖은 빨래를 걸치고 가는 것과 다름없이 되었다. 올림픽 공원을 한 바퀴 휘익 돌고 올림픽 아파트 쪽으로 나와 둔촌동 방향으로 걷다가 한국체육대학 지나 사거리에서 좌회전, 올림픽 대교를 향해 걸었다. , 걷다가 사돈이 저녁 때가 되었으니 곰탕이나 한 그릇 먹고 가자고 했다. 시게를 보니 5시가 될랑 말랑 하고 있었다. 2..

일기 2021.07.07

제주의 돌

제주도를 삼다도라 부른다. 돌, 바람, 여자가 많다고 하여 붙여진 별칭이다. 6월 한 달을 제주도에 머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바람과 여자는 잘 모르겠는데 돌은 정말 많았다. 공항에 내려서부터 산과 바다, 마을과 마을, 도시 구석구석 그 어디를 가도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구멍이 송송 뚫린 돌이었다. 무심코 지나치면 그냥 한낱 돌멩이, 돌덩이에 지나지 않지만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생활 속에 사용하고 있는지 알고 보면 여행이 더 재미있어지고, 무엇보다도 제주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이곳저곳의 돌, 특히 돌담들을 유심히 보았다. 제주도의 돌은 현무암이다. 현무암은 지표 가까이에서 용암이 빠르게 굳어지면서 생긴 암석으로 화성암에 속하며, 화성암은 화산과 마그마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고국 방문 2021.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