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김 미연방하원의원이 한국에 왔다가 짧은 일정을 마치고 오늘 미국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허락하면 영김 부부와 하루정도 날을 잡아 함께 지내려 했는데 꽉 짜여진 일정으로 도저히 틈을 낼 수 없었다. 내일 떠나는데 차라도 한 잔 하겠냐고 연락이 왔다.
동네 친구이기는 하지만 멀리 고국에 같은 시기에 와 있으면서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영의 남편 찰스가 10시에 공식 일정이 끝나는데 그때도 괜찮은가 물었다. 좋다고 했다.
마침 미국에서 고등학교 화학 선생님을 하는 제자가 '인강수업' 동영상을 찍으러 한국에 나와 있는데 심심해 하고 있다고 해서 영김 의원을 만나러 가는데 가지 않겠냐고 물으니 좋다고 했다.
영김 부부가 묵고 있는 숙소에 도착하니 제자는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로비에는 찰스가 친척으로 보이는 몇 사람들하고 대화가 한창이었고 영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후에 영도 합세했다. 친척들이 돌아가고 우리들과 대화를 하는데 영김 부부가 계속 하품을 하면서 피곤에 찌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을 잡아 두는 것은 고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올라 가서 쉬라고 했다. 준비해간 한국차문화박물관에서 구입해 보관하고 있었던 보이차 한 박스를 선물로 건네주고 떠밀다시피해서 그들을 방으로 올려 보냈다.
제자는 택시타고 가겠다고 해서 택시를 잡아 태워 보내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왔다. 집에 오니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고단한 하루였다. 다음날 아침 찰스로부터 문자가 와있었다. 너무 대접이 소홀했다고. ㅎㅎㅎㅎ. 대접 받으러 간 것도 아니고 누가 누구를 대접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