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낯설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친숙한 얼굴도 아니다. 세월의 풍파가 가득 담긴 얼굴을 살펴본다. 초점이 없는 희미한 눈동자, 축 처진 눈 밑의 살, 눈에는 눈곱도 껴있다. 움푹 파인 양 눈, 그 가장자리의 까마귀 발자국, 하얗게 서리 내린 귀밑 머리카락, 삐죽삐죽 자라난 뻣뻣한 수염, 헝클어져 있는 머리카락, 까맣고 하얀 것들이 뒤섞여 있다. 오늘도 거울 속의 아버지는 거울 밖의 내게 한 말씀 하셨다.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말씀-저녁 무렵 공원을 찾았다. 거의 매일 아침 걷는 공원이지만 해질녘에 찾기는 처음이었다. 한낮의 더위는 식어가고 있었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있었다. 하늘 저편이 점차 붉은 빛을 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