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살이 5

석양에 서서- 아버지날을 맞이하며

한 노인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낯설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친숙한 얼굴도 아니다. 세월의 풍파가 가득 담긴 얼굴을 살펴본다. 초점이 없는 희미한 눈동자, 축 처진 눈 밑의 살, 눈에는 눈곱도 껴있다. 움푹 파인 양 눈, 그 가장자리의 까마귀 발자국, 하얗게 서리 내린 귀밑 머리카락, 삐죽삐죽 자라난 뻣뻣한 수염, 헝클어져 있는 머리카락, 까맣고 하얀 것들이 뒤섞여 있다. 오늘도 거울 속의 아버지는 거울 밖의 내게 한 말씀 하셨다.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말씀-저녁 무렵 공원을 찾았다. 거의 매일 아침 걷는 공원이지만 해질녘에 찾기는 처음이었다. 한낮의 더위는 식어가고 있었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있었다. 하늘 저편이 점차 붉은 빛을 띠..

인생살이 2024.06.14

다음에는 내가 꼭 사마

이제 환갑 줄에 접어드는 제자들과 어울리다 보니 친구같이 느껴졌다. 무슨 애기를 해도 불편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신설학교 1기 졸업생들이다 보니까 개교와 동시에 입학해 1학년부터 3학년 졸업까지 함께 했기에 끈끈한 정이 생겨 더 그런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소주 반병이면 딸딸딸해졌는데 한 병 이상을 마셨으나 의식이 명료하다. 아니 더 뚜렷해지고 전혀 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네 명의 제자들 중 두 명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고 두 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부어 넣고 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두 명은 이미 은퇴해서 연금을 받으며 주식으로 소득을 올리면서 이렇다 하게 하는 일 없이 지내는 듯 보였고, 술 잘 마시는 두 친구는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다. 한 명은 부동산, 한 명은 건축업. 술자리에서 일어날..

인생살이 2021.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