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소설

로스엔젤레스에 내리는 눈 16

Cmaker 2008. 8. 10. 15:35

  잠이 오지 않는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떠오르는 시절이 있다.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 근처였던가?

아니다.

조병옥 박사 묘소 입구의 물 흐르던 작은 골짜기 양쪽으로 야생 대마들이 자생하고 있었다.

영일은 그 곳에 엄청난 자연산 대마 단지를 발견하고 돈 벌 일에 신이 나있었다.

당시 많은 친구들이 대마초를 즐겨 피고 있었다.

한 두번 해봤지만 영일에게는 맞지 않았다.

우선 그 연기를 들여 마신 후에 나오는 웃음이 싫었다.

왜 실실 실없이 웃어야 하는지 영일은 싫었다.

거기다가 눈동자는 충혈되고 눈꺼풀의 근육이 풀어져 자꾸 감긴다.

또 단 것이 마냥 먹힌다.

당시 친구들은 모여서 대마초를 핀 후에는 다방으로 몰려 가서 슈가 냉수를 달라고 해서 마셔댔다. 그냥 냉수에 설탕을 탄 물, 이건 공짜였다.

차도 시키지 않고 레지 아가씨에게 설탕물만 달래서 먹으니 다방 측에서 좋아 할 리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 쳐다보면서 실실 웃고 있으니 손님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친구들만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이 대마초를 해피 스모크라고 불렀다.

주로 미군 부대에서 흘러 나오는 것을 구입해서 피웠는데

영일은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단지를 발견한 것이었다.

친구들은 물론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았다.

미군 야전 백에다가 한 짐씩 해다가 집에서 말렸다.

내 놓고 말릴 수 없으니까 주로 장롱 밑에다 말렸다.

장롱 서랍을 빼고 그 바닥에 풀을 주욱 펼쳐 놓고 서랍을 넣고 닫으니 아무도 몰랐다.

가끔 영일의 방을 드나드는 어머니만 왜 네 방에서는 풀냄새가 나냐?”고 하셨지만

그리 큰 의심을 하지는 않으셨다.

이렇게 해서 적당히 말린 후에 풀잎을 손으로 부벼서 가루로 만들어서 편지 봉투에 넣어 팔았다.

한 봉투에 천원에서 칠백원, 친한 친구들에게는 거저도 주었다.

당시 친구들은 명동 르시랑스라는 곳에 모여 대마초를 피운 후에 테이블에 앉기도 하고

바닥에 눕기도 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피웠지만 그들의 행복은 잠시였다 

깨어나서는 각자의 암담한 현실에 힘들어 하면서도 일시적인 행복을 위해 피웠다.

영일은 대마초를 통해 잠시 동안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두 번의 실습을 통해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돈벌이를 위해서 대마초를 재배하고-사실은 저절로 자란 것을-말려서 팔았다.

그러다가 대마법이 제정되고 인기 가수들이 잡혀가고

몇몇 연예인들의 문제가 신문지상을 오르내릴 때 대마초 판매를 중단하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영일은 법을 어기는 행위를 절대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친구들 가운데 대여섯 명은 대마법 위반’, 혹은 향정신성 의약품관리법 위반으로 적발되어

정신병원에도 잡혀 갔다 왔다.

또 그중에 몇명은 나이 서른, 아니 마흔이 넘어서도 그짓을 하다가 경찰에 잡혀가기도 하고

재판에 회부되어 집행유예로 나오기도 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바로 당시 친구들의 모습을 열세살 난 앤디의 얼굴에서 발견하게 된 것이다.

과연 앤디를 어떻게 그 속에서 빠져 나오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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