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나오는 앤디를 보면서 수지가 말을 했다.
“앤디, 깨끗이 씻었니?”
“Mom, I’m not a baby.”
“그래, 앤디 들어가서 자야지.”
소파에서 일어나면서 수지가 말했다. 앤디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려 하자 수지도 재빠르게 들어서면서 문을 닫았다.
“Mom, I said I was sleepy. I need to sleep.”
“앤디, 솔직하게 엄마에게 말해 줄 수 있니?”
“What mom?”
“네가 솔직하게 얘기만 해준다면 모든 걸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다.”
“Are you assuming that I did something?”
“만일 내일 아침 아저씨가 경찰에 리포트하게 되면 경찰에서 조사에 착수
할 것이고 수사가 진행되다 보면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앤디야 솔직하
게 엄마에게 얘기하지 않겠니? 엄마는 네가 혼자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
아. 네 사촌 제프나 코비가 관련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며 엄마의 애기를 듣고 있던 앤디가 큰 눈에 눈물을 가득 고이더니 방울 방울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Mom, the money was on the table so I thought it was yours.”
“응, 그래. 얘기해봐라. 그 많은 돈을 어쨌니?”
“I bought this and that. I also shared with my friends.”
“그럼, 자동차는 어떻게 했니?”
“Jeff wanted to ride the car so I gave him the key. He’ll give it back when I ask for it.”
“그 자동차는 아저씨 건 줄 알았잖니?”
“When he disappeared, he left his car. Then Jeff asked if he could ride the car, so I handed over the key.”
“그럼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니?”
“Because Jeff was going to return the car tomorrow.”
“그래 내일 제프에게 차를 가져다 놓으라고 해라.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 앤디야 잘 자거라.”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내일부터, 아니 자정이 지났으니까 오늘부터 무얼
해야 하나 영일은 잠이 오지 않았다. 혼자 먼저 쓰던 방에 누워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이 많다. 더 이상 페인트 일을 따라
다니기는 싫다. 한국에서 아내는 돈을 잘 버니까 더 이상 집 걱정은 하지 않
아도 되고 그렇다고 놀고 먹을 수는 없다. 우선 자동차부터 찾아야 한다. 과
연 아이들이 차를 돌려 줄까? 어떻게 어린 아이들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
을까? 식탁에 놓인 돈이 설령 엄마 돈이라 해도 몰래 훔쳐다 쓸 수 있으며
남의 자동차를 주인이 없다고 그냥 타고 다닐 수 있을까? 왜 잠은 오지 않
을까? 술이라도 한 잔하고 잘까?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맥주
한 캔을 꺼내 들고 식탁으로 간다. 식탁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누굴까?
불도 키지 않은 채 수지가 앉아 있었다.
“뭐해요? 자야지 내일 일 나갈 거 아녜요?”
“잠이 안 오네요. 왜 영일씨는 안 주무세요? 시차를 느끼시나 보지요.”
“이것 저것 생각이 많네요.”
“영주권을 받으셨고 법적으로 아내인 제가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초청하면 몇 개월 만에 입국이 가능할 거예요. 애들을 먼저 부르시지요.”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아이들이나 집에 무슨 일 있어요?”
“무슨 일은요? 식구들이 이곳에 살기를 두려워 해서요.”
“그렇다고 식구들 없이 혼자 사실 순 없잖아요.”
“물론, 그렇지요. 당분간 혼자 지내면서 더 궁리를 해야겠지요.”
“왜 그날 저녁 말씀을 안 하셨어요? 한국에 다녀 온다고….”
“제 편지를 읽으시면 이해하시리라 생각했지요. 편지가 없어지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죠.”
“자동차는 앤디 사촌 제프가 타고 있고 내일 돌려준다고 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보다도 앤디가 걱정이 되네요. 주변에 좋지 않은 아이들하고 어울리다 보면 앤디도 망가질텐데. 벌써 아주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건 몰라도 대마초는 상습적으로 흡연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 가끔 아이의 눈동자가 벌겋고 풀려 있는 듯하고 공연히 실실 웃는 것이 대마초 핀 후에 나타나는 모습이거든요.”
“설마, 우리 앤디가 그럴 리가? 어쩌다 한 번 피운 적이 있겠지요.”
“아무튼 걱정 됩니다. 너무 늦었네요. 이제 주무셔야 내일 일 나가시지요.”
“네. 영일 씨도 고단하실텐데 편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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