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입국한 다음 날 한 고교 동창생이 책을 발간했다고 동창생 카톡방에 올렸다. 동창생들은 너도 나도 책을 구입하겠다 하고 심지어 몇 몇 친구들은 여러 권을 구입해서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들 했다. 나도 심심풀이 삼아 읽어볼 요량으로 한 권 주문했다. 오전 9시쯤 주문했는데 오후 3시에 방문 앞에 도착했다. 역시 배달의 민족이다.
책을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는 앞서 밝힌 바 있다. 그리고 틈틈이 읽었다. 앞 부분은 술술 읽었는데 중간에는 쉬엄쉬엄 읽었다. 다 읽은 후 독후감을 썼다. 이 블로그에서도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라는 책 제목을 제목으로 해서 올린 바 있다. 그리고 너무 좋은 내용이 많아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서 가능하면 그분들도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독후감을 써서, 5월 17일(월) 발간하는 타운뉴스 발행인 칼럼에서 소개했다.
그런데 동창회 카톡 방에 작가인 동창생이 글을 올렸다. 책을 냈다고 알리기 위해 출판사 광고를 대학 동창생 단체방에 올렸는데 고교 동창들과 달리 대학 동창들은 너무도 냉냉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졸업한 대학 과동기들 160명 가운데 100명이 드나드는 단체방인데 반응이 시원찮았다는 것이다. 책을 사보겠다는 친구가 두 명이었고, 한 친구는 '동문 저서 출간에 부치는 시'라는 제목하에 다음과 같은 시를 올렸다고 했다.
충사(蟲士)2 - 이해리
문학상 더러 받고 떠받들어져
다락같이 높은 자의식의 당상에 앉아
문학상 못 받고 시 쓰는 시인을
바퀴벌레 보는 듯하는 시인을 보면
그가 바로 벌레 같다.
시인은
벌레 충(蟲) 선비 사(士)
선비는 어디 가고 벌레만 남은 벌레 같다
그리고 말미에 한 마디 덧붙여다고 한다.
'시인 대신 치환하며'
이렇게 올리면서 작가는 그 동기생들에게 섭섭한 마음을 표시하려는 건 아니고, 고등학교 동창과 대학 동창이 이렇게 다른가 싶어 새삼 놀랐다는 걸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더 했다. 작가가 책이 팔릴 지 궁금해 하자, 출판사가 출간전에 말하기를 '법조인 책을 전에 한 번 낸 적이 있는데, 법조인들은 책을 사지 않고 저자 욕만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판매 타겟은 법조인이 아니라 일반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몇몇 동창들이 답글을 올렸고, 작가는 이렇게 말하면서 그날 대화를 마감했다.
" 제 책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로는 아주 많은 부수인 2000권을 찍었는데 절반 정도가 팔렸다고 합니다. 다른 책에 비해서는 잘 팔린 축에 든다고 합니다. 출판사 말로는 1000권 팔리면 대성공이고 보통 500권 넘기기도 어렵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건 그렇고 제 이 메시지의 뜻은 우리 동기생들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우선 친구는 대학 3학년 때 사법고시에 패스한 수재로 당시 동기생들의 질시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본인은 고시에 합격하지 못했고 그래서 그런 열등감이 표출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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