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격리생활 중에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Cmaker 2021. 5. 17. 17:32

5월 17일(월)

 

12시에 점심을 먹었다. 돼지고기 볶음, 정말 먹기 싫다. 6일 아침에 도착해서 그날 아침부터 여기서 도시락을 받아 먹기 시작해서 오늘로서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열하루를 보냈고 열이틀째를 보내고 있으니까 35끼를 먹었다. 그 가운데 돼지고기 볶음은 서너 번 이상 먹은 것 같은데 똑같은 양념에 똑 같은 식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지겹다. 그래서 오늘은 그대로 다 버렸다. 김치와 깍두기도 마찬가지, 정말 먹기 싫다. 왠만해서 음식투정을 안 하는 사람인데 내가 왜 이럴까. 똑 같은 김치찌개를 이틀을 계속 끼니 때마다 먹어도 물려하지 않던 나이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그럼 이 도시락 중에 내가 계속 먹어도 물리지 않는 건 무엇일까? 그런 게 있기는 한 것일까?

 

그렇다. 야채 샐러드는 매일 먹어도 좋다. 깻잎 짱아찌도 좋다. 메추리 알도 좋고. 그런데 왜 깍뚜기와 김치는 싫어할까. 그리고 돼지고기 볶음도.가만히 생각하니까 소고기 볶음도 먹기 싫다. 돼지고기 볶음이나 소고기 볶음이나 양념이 똑 같아서 그런가? 아니 어쩔 때는 소고기 볶음은 간장 양념으로 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먹기 싫었다. 

 

그렇다면 내가 고기를 싫어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고기는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 심지어 오리고기, 흑염소 고기, 할 것없이. 아마 이 도시락 만드는 사람의 양념 스타일이 내 입맛에 맞지 않거나 고기가 저렴한 고기라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결정한 밥먹기 방법은 밥을 가능한한 오래 씹어 먹는 것이다. 꼭꼭 씹어 먹다 보면 어느새 목구멍을 넘어가고 있으니 그리 어렵지 않아서이다. 

 

그런데 이렇게 맛없는 것만 주는 건 아니다. 아침은 그런대로 좋다. 하루 걸러 죽과 샌드위치를 번갈아 주는데 나는 샌드위치 주는 날이 좋다. 오늘 아침에 샌드위치를 줬는데 샌드위치를 줄 때는 몇가지가 따라 온다, 샌드위치는 식빵 세조각과 그 사이 사이에 양상치, 참치, 그리고 달걀 등이 들어 있다. 그리고 우유와 주스, 쌀과자, 감자칩, 초코파이, 복숭아 통조림 작은 것 등이 있어서 늘 샌드위치와 복숭아 통조림을 먹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심심할 때 하나씩 꺼내 먹는다. 오늘 점심을 먹고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쌀과자와 감자칩을 먹었다. 쌀과자는 두 조각 들었고, 감자칩은 네 조각 들어 있다. 그래도 아직 초코파이와 우유, 주스가 남아 있다. 이따가 저녁 먹고 잠자기 전에 하나 하나 먹을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미국에서 2차 백신 접종을 했고, 서울로 오는 항공기를 타기 전에 코로나 테스트를 받아 음성확정을 받았고, 다시 한국에 입국해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서 또 테스트를 받았다. 물론 음성 확정 판정을 받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4일을 감금생활하고 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정말 잘못 되었다. 어찌 이런 식으로 개인의 인권을 무시하고 코로나 예방 혹은 방역이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자유를 무자비하게 짓밟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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