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3일까지는 견딜 만 했다. 그러나 3일이 지나면서 음식은 더 이상 먹기 싫어졌다. 딸내미가 보내준 주전부리가 있어 그런대로 버틸만 했으나 조금씩 아껴 먹는다고 먹었는데 일주일이 되니까 다 떨어졌다. 마지막 남았던 것은 방울 토마토 3개였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토마토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과일이 먹고 싶다. 매일 식사후에 집어먹던 사과, 배, 망고, 참외 등이 먹고 싶다.
문제는 비단 먹는 것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운동을 너무 지나치게 많이 해서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심하다. 팔굽혀펴기를 매일 하는 양보다 서너 배 이상 많이 해서 생긴 문제다. 그냥 시간이 있을 때마다 팔굽혀펴기를 했더니 그만 절단이 나버렸다. 걷기와 달리기는 병행해서 했는데 하루 2만 보씩 걷다가 어깨가 고장나는 걸 보고 그저 만보에서 만 이삼 천 보 정도에서 그치기로 했다. 무리해서 팔굽혀펴기는 전혀 못하게 되었으니 다리라도 온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일단 팔굽혀펴기는 쉬면서 상태를 보기로 했다. 그러나 하루 지나고 다시 팔굽혀 펴기를 하니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견딜만 했다.
정해진 양만큼만 하기로 했다. 하루 16회씩 3회. 다음주 화요일부터는 하루 17회씩 3회다. 매주 1회씩 늘려 오고 있다. 요령은 16회를 하고 1분 쉬고 다시 16회, 또 1분 쉬고 16회 하는 식이다.
참선은 주로 누워서 한다. 좌선(坐禪)이 아니고 와선(臥禪)이다. 가끔 좌선을 하기도 하지만 주로 와선(臥禪)이다. 누워서 양손을 팔자로 주욱 펼치고 가슴을 활짝 열어 깊게 코로 숨을 들이 마시고 입으로 길게 내뱉는다. 몇 회 하다보면 그대로 잠이 든다. 대학시절 '선학실수'를 가르치던 스승 탄허스님은 좌선을 하면서도 코를 골고 주무시곤 했었다. 참선의 최고 경지는 잠드는 거다.
그동안 생활에 쫒겨 참선을 등한히 하고 살았다. 매일 밤 누워 자면서도 머리만 닿으면 그대로 잠들어 버려 참선의 시간을 갖지 못했는데 격리생활을 하면서 참선을 갖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침 밥을 갖다 놓은 지 한참 되었음을 깨닫는다. 먹기 싫지만 살기 위해 아침을 맛있게 먹어야 한다. 아침은 늘 죽 아니면 샌드위치다. 평소에는 죽이 좋았는데 이 기간 중에는 샌드위치가 더 맛있다. 미국에도 본죽이 들어와 있어 가끔 먹는데 미국 우리 동네 본죽보다 이 호텔에서 주는 본죽은 영 아니다. 밥이 그대로 엉겨 있기도 하고 많이 부족하다. 정성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다. 우리 동네 본죽은 정말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어 한 그릇 먹으면 마음이 넉넉해진다.아마도 음식 값에도 많은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오늘은 샌드위치다. 샌드위치가 좋은 이유는 샌드위치 이외에 자몽주스, 우유가 각 1팩 씩 들어 있고, 복숭아 통조림이 작은 비닐 통에 하나, 쌀과자 한 개, 초코파이, 포태토우칩이 들어 있어 샌드위치와 복숭아 통조림 정도는 아침에 먹고 나머지는 저녁 식사후에 잠들기 전까지 먹기 위해 남겨 놓는다. 즉 밤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좋다. 사실은 한 끼만이 아니다. 우유와 주스는 먹는 시간을 달리 한다. 무론 쌀과자와 초코파이, 포태토우 칩도 각각 즐긴다. 한 번에 먹지 않는다.
죽이 오는 날에는 죽과 맛없는 김치와 뭔지 모를 찝찔한 것이 작은 통에 들어 있어 한 끼 먹으면 그만인데 몇 번에 걸쳐 나누어 먹을 수 있으니 샌드위치가 더 좋다. 샌드위치도 맛이 그만이다. 적어도 죽보다는 훨씬 낫다.
오늘은 5월 14일(금)이다. 현재 25끼를 먹었다. 이제 17끼만 먹으면 해방된다.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백신 2차 접종까지 했고, 미국에서 출발 72시간 전에 음성판정을 받았고, 또 한국에 도착해서 24시간 안에 역시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을 방안에 가둬 두고 꼼짝 못하게 하고-문 밖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주는 밥을 먹으며 견디게 하다니. 말도 안 된다. 그것도 다 본인이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어찌 이렇게 야만 스러울 수가 있는가?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격리생활 중에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0) | 2021.05.17 |
---|---|
심심할 때 보세요 (0) | 2021.05.17 |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 (0) | 2021.05.13 |
한국방문 2 (0) | 2021.05.11 |
한국방문 1 (0) | 2021.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