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미국 횡단 1

Cmaker 2017. 5. 23. 19:47

 

 

 

 

5월 17일

 

아들이 다음 학기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보내야 한다고 연락했다. 학기말 고사가 5월 17일 끝나니까 시험이 끝나자마자 집에 왔다가 방학을 집에서 보내고 8월말에 코펜하겐으로 떠난다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5월 17일 밤 비행기를 예약하고 아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며칠 공곰이 생각하니 아들 차가 걱정되었다. 아들에게 차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니 친구집에 세워 두기로 했다며 걱정말라고 했다. 그때 문득 나의 버켓리스트 중의 하나가 떠올랐다. 미국 대륙 횡단 여행!

 

아들에게 전화했다. 대륙 횡단 여행하지고. 아들은 놀랬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생각해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아들이 전화로 알려 주었다. 오케이.

 

항공권은 해약이 되지 않는 싸구려 표얐다. 거금 240달러가 날라갔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아들과 여행이라니. 그리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코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 며칠 예정을 할 것인가 등등. 일주일 전쯤에 자동차 및 여행 관련 클럽인 AAA 헝팅턴비치 사무실을 찾았다. 그리고 상담을 했다. 한 직원이 미국 지도를 보면서 내 설명을 들으며 이렇게 저렇게 하면 어떠냐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여행 구간 전 코스와 숙박할 곳 등을 표시하고 가는 길을 상세히 기록한 책을 한 권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날짜별로 호텔을 예약하기 시작했다.

 

5월 16일 밤 비행기를 타고 Newark 에서 한 번 갈아 타고 5월 17일 8시가 조금 지나 Portland, Maine에 도착했다. 미국에. 포틀랜드가 두 곳이라 메인주의 포틀랜드라고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아는 포틀랜드는 워싱턴주에 있다.

 

오늘 이번 학기 마지막 시험이 있다고 해서 아들에게 공항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 항공기는 정확하게 예정된 시각에 도착했다.

 

올 때마다 일주일씩 머물렀기에 렌탈카를 해서 타고 다녔다. 이번에는 아들을 만나 하룻밤 자느냐 안 자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렌탈카를 빌릴 필요가 없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싶었다. 버스를 타고 갈까하고 자세한 안내를 받기 위해 안내소를 찾았다. 아무도 없었다. 시계를 보니 9시가 막 지나고 있어 조금 기다려 보기로 했다. 20여분이 지났으나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택시타기는 싫고-너무 비싸서- 이곳 메인주 Portland에는 우버가 없다고 했지만 한 번 우버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목적지를 입력했다.

 

Bowdoin College라고 치자 7분 안에 도착한다고 떴다. 목적지까지 소요시간은 40분, 가격은 42달러.

여기도 우버가 있었다. 7분여만에 차가 도착했다. 백인 젊은이가 '공항에 사람을 막 내려주는데 연락을 받았다'며 기분좋게 맞이한다. 지난 번에 묵었던 호텔로 향했다. 아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모르니까 가능할 때 전화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호텔에 도착해 로비에 앉기 무섭게 전화가 왔다. 내 위치를 알리자 아들이 5분도 안 되어 나타났다. 지금 막 시험을 마치고 왔노라며.

 

아들의 기숙사로 가서 짐을 싼 후, 이곳 친구들에게 맡길 짐을 부탁하고, 도서관에 빌려온 책들을 반납했다. 아들은 몇가지 해결할 일들을 했고 혼자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푸짐한 부페, 신선한 과일과 채소, 맛있는 음식들을 무제한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다. 방문객 요금은 7달러 50센트.

 

일을 마친 아들이 나타났다. 이제 친구들과 작별을 한다며 어디론가 갔다. 친구들이 나타났다. 인사를 나눈다. 아들은 다음 학기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보내기로 했다. 친구들을 내년에나 만날 수 있다며 아쉬워 했다.

 

아들이 먼저 운전대를 잡기로 했다. 출발하면서 시간을 보니 3시가 넘었다. 오늘은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자기로 했다. 내일(18일)부터는 예약이 되어 있지만 오늘은 아들의 일정을 몰라 비워 두었다.

 

출발하면서 아들은 한국 대통령들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동안 한국 대통령들에 관한 책을 봤다고 했다. 나를 만나면 이 얘길하려고 준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망명한 대통령, 부하에게 총 맞아 죽은 대통령, 감옥에 간 대통령들, 자살한 대통령, 왜 한국의 대통령들은 하나 같이 그 모양이냐고 개탄했다. 내가 감옥에만 안 갔지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닉슨, 클린턴을 예로 들었다. 아들은 그래도 미국 대통령들은 뭔가 다르지 않냐고 했다. 과연 다르긴 다른가?

 

이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 화제가 넘어갔다. 고교시절부터 아들은 일관되게 주장했다. 아니 오히려 더 견고해진 듯했다. 통일은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가 통일을 원할 리가 있는가? 미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는가? 중국은? 일본은? 러시아는?

 

이어서 새로 대통령이 된 문대통령으로 이어졌다. 정말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이 되었다면서 이명박, 박근혜 시대에 단절되었던 대화를 어떻게 재개할 지 걱정된다며 미중일러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북한과 어떻게 대화의 채널을 이어갈런지 힘이 많이 들거라고 했다.

 

끝으로 아들은 한국의 진보와 보수에 대해서 얘기했다. 미국의 진보와 한국의 진보는 그 개념부터가 다르다며 얘기를 시작했다. 미국의 진보는 국민, 서민들의 권익증진에 힘쓰고 이를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데 반해서 한국의 진보는 북한쪽을 옹호하는 경향이 농후한 집단이라며 그래서 사람들이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내게 물었다.

 

어떻게 미국의 깡촌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녀석이 이렇게 소상히 알고 있는가 궁금해서 물었다. 너 한국에서 유학온 친구들과 자주 대화하지? 아들은 그렇다고 했다. 지난 1월에 한국 군대에간 친구와 기숙사를 같이 썼으며, 한국에서 유학온 여학생과 가끔 대화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 그렇지.

 

중간에 아들이 배고프다고 해서 Westboro라는 도시의 한식집을 찾아갔다. 아들은 불고기를 먹고 나는 자장면을 먹었다. 무지무지 짜다.

 

이번에는 내가 운전을 하기로 했다. 오후 7시 50분, 살살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해지기 전에 숙소를 잡아야 한다.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한 잔하면서 호텔 쿠폰들이 담긴 책자를 집었다. 잘만한 곳을 선정해 전활한다. 빈방 있어요?

 

메사추세츠주의 리(Lee)라는 작은 도시에서 하룻밤 묵어 가기로 했다. 호텔에 체크인 하고 샤워를 한 후에 저녁을 먹기로 했다. 동네에 있는 식당에서 음식을 사갖고 호텔에서 먹기로 했다. 오는 길에 맥주도 샀다. 6팩. 식사하면서 한 병씩 마셨다.

 

식사를 마친 후 샤워를 하고 바로 취침했다. 아들은 19일까지 제출할 리포트가 있다며 책상에 앉았다.

 

한잠 자다 깨보니 여전히 책상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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