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가는 길에 환승을 위해 내렸던 중국의 한 공항에서 잠시의 부주의로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구입했기에 잃어버린 것은 최신형이었으며, 보험을 들지 않았기에 다시 사려면 거금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아까와서- 찾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공항경찰에 신고했다.경찰을 대동하고 분실했던 장소를 답사했으며, 경찰 사무실에서 CCTV를 돌려가며 스마트폰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찾지 못했다.
늘 가까이 두고 살았던 스마트폰이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했다. 그 누구하고도 연락할 수가 없었다.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다. 거기다가 그 어떤 소식도 접할 수가 없으니까 세상과 완전히 고립된 느낌이었다. 카트만두에 도착해서 스마트폰을 대여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단 하룻밤 자고 산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시도할 시간조차 없었다.
산으로 향하던 버스 속에서 스마트폰이 없음으로 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 첫째, 가족과 회사에 연락할 방도가 없다. 둘째,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셋째,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할 수 없다. 넷째, 내가 가입한 각종 인터넷 카페나 facebook, youtube 등, Social Media에 들어가 글을 읽거나 올릴 수 없다.
그러나 이를 곧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첫째, 가족과 회사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자. 둘째, 사진 찍느라고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사진 찍는 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눈과 귀와 마음으로 풍광을 실컷 즐기자. 셋째, 세상 소식으로부터 해방되어 보자. 넷째, 지나치게 스마트폰에 빠져 살았다. 이번 기회에 소셜메디아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자.
아무리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꾸어 먹으려고 해도 불편함과 아쉬움을 어쩔 수는 없었다. 찍고 싶은 멋진 풍광을 찍지 못하는데서 오는 아쉬움이 제일 컸고, 가족과 친지, 회사와 연락할 방도가 없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산행 첫날, 롯지에 도착해 가이드가 폰을 빌려준다기에 가족과 회사에 연락을 시도 했으나 실패했다. 이것이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고 그 후로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롯지에 도착할 때마다 와이파이 연결을 위해 노력하는-하룻밤 와이파이 연결하려면 낮은 곳에서는 1,000루피(1달러가 조금 안 됨)를 줘야 했고, 높은 곳에서는 1,500루피를 내야 했다- 동료들을 보면서 그런 일에 신경 쓰지 않게 되었음에 감사했고,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을 때 일정은 끝나가고 있었다.
귀국길 항공기 안에서 이번 기회에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예전에 쓰던 똑딱 접었다 폈다하는 전화기를 다시 사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예전에 쓰던 전화기들을 모두 꺼내 놓고 어떤 것을 사용할까 고심했다.
그 동안 사용했던 전화기들, 커다란 1990년대 초에 쓰던 커다란 무전기 같이 생긴 것도 있었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 아니 반대라기 보다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니 시도도 하지 말고 그냥 하던 대로 살라고 충고했다. ‘평소에 스마트폰을 달고 살던 아빠가 어떻게 그렇게 하겠냐’며 큰딸이 극구 만류했고, 아내도 여러모로 생각할 때 옛 것을 사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돈이 들더라도 먼저 사용하던 것과 똑같은 것을 구입하라고 했다. 결국 아내에게 등 떠밀려 마지못해 새 폰을 사게 되는 형국이 되었다. 어쩌면 이런 결과를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새로 스마트폰을 장만하던 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으니까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자. 오는 연락이나 받고 연락할 때가 있으면 연락하는 전화기 본래의 기능으로만 사용하자. 가능한한 소셜 메디아의 이용을 줄이자. 하나 더, 고스톱을 그만 치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 동안 고스톱-둘이 치는 맞고(를)-을 즐기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일정한 횟수를 치면 더 이상 칠 수 없게 되어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돈을 내면 더 칠 수도 있다. 사실 돈을 내고 더 치기를 기대하고 만든 프로그램일 것이다. 그러나 돈을 내고 칠 정도로 심각한 중독은 아니었다. 늘 더 이상 칠 수 없게 되면 그만 두었으니까.
그러나 새로 장만한 전화기를 받고 하루도 지나기 전에 페이스북, 유투브, 그리고 각종 소셜 메디아에 연결을 해놓고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 보고 있었다. 거기다 며칠 지나서는 고스톱 엡까지 깔아 놓고 틈날 때마다 즐기며 살고 있다. 예전과 다름없이 스마트폰을 끼고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도 곁에 스마트폰이 있으며 방금 전에 더 이상 칠 수 없게 될 때까지 고스톱을 쳤으니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닌지 크게 걱정된다.
이처럼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요즈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을 스몸비(smombie)라고 한다,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이다. 어디에서나 핸드폰 화면에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폰 중독은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되지만, 각종 사고를 유발하며 건강에도 큰 피해를 주게 된다.
앞서 얘기했지만 내게도 스마트폰에 중독 증세가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다.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도 수시로 들여다본다. 사무실에 앉아서도 심심하면 켜고 페이스북에 들어가 새로 올라온 사진이나 글을 찾아 읽는다. 그리고 식당에 서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며 다른 사람들이 내가 올린 글을 읽고 어떤 댓글을 남기는지 궁금해 한다.이로 인해 건강 상태도 좋지 않게 되었다. 우선 상당히 많은 시간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몸에 무리가 많이 따르고 있다. 가장 먼저 눈의 초점 조절 기능이 약화되어 안구건조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화면을 장시간 들여다보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또, 장시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보니 몸의 자세도 망가지기 마련이다. 목과 척추 등에 통증이 생겼고 어깨와 팔다리도 편치 않다. 무엇보다도 귀중한 시간을 의미 없게 보내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았고 자신에게 중독 증세가 있음을 알았으니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당장 스마트폰을 없애면 된다. 과연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담배 끊을 때의 방법이 떠올랐다. 늘 담배와 라이터를 갖고 다니면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담배를 끊는다며 피우던 담배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라이터를 친구에게 주었으나 나는 반대로 담배와 라이터를 갖고 다니면서 피우지 않았던 것이다.
스마트폰을 늘 곁에 둔다. 그러나 하루 종일 들여다 보지는 않는다. 전화기와 사진기의 기능을 이용하고 필요한 메일과 뉴스 등을 접하고 온종일 들여다 보지 않는다. 고스톱 엡을 깔아 두었지만 고스톱을 치지 않는다. 오늘부터 당장 시행하기로 한다.
혹시 더 좋은 방법있으면 일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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