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어느 제자 이야기

Cmaker 2007. 6. 2. 09:59

한 5년 전쯤에

 

가끔 만나 대포 잔을 나누던

 

제자 K군이 갑자기 전화를 해서 선생님 잠깐 뵙자고 했다.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만나니

 

급한 일로 돈이 필요한데 2,000달러만 빌려달란다.

 

물론 그 많은 돈이 있을 리 없다. 봉급쟁이 할 땐데...

 

내 은행에 잔고 등을 계산해보니

 

한 800달러 정도는 빌려 줄 수 있었다.

 

그래서 2,000달러를 빌려주기는 어렵지만 800달러는 빌려 줄 수 있노라고 하니

 

그 돈이라도 갖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800달러 짜리 Check을 끊어서 줬다.

 

그리고는 내가 먼저 연락하기도 뭐하고

 

K군도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어제 5년 만에 느닷없이 K군이 전화를 한 것이다.

 

오후에 로스엔젤레스에 볼 일이 있어 5번 프리웨이를 타고

 

올라 가는데 전화를 한 것이다. 선생님 오늘 시간 어떠시냐고?

 

내가 볼 일을 마치고 전화하겠노라 했다.

 

볼일을 보고 전화를 하니 선생님 오늘 저녁을 대접하겠단다.

 

그래서 내가 잘 가는 8가와 베렌도의 '전원식당'으로 오라고 하니

(전원 식당은 집에서 먹는 것처럼 음식을 만드는 꽤 유명한 밥집이다. 물론 소주도 판다)

 

아니란다. 꼭 일식집으로 모시겠단다. K군도 내가 회를 좋아하는지는 알고 있다.

 

그래서 K군이 자주 간다는 일식당으로 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식당에 들어가니 이미 광어회를 한 접시 주문했단다.

 

술을 고르라고 해서 소주를 시켰다.

 

테이블에 앉자 마자 봉투부터 내민다. 선생님 죄송합니다하면서

 

괜찮다. 그 돈 돌려 받을 생각이 없었다고 하면서

 

난 네게 그 때 2,000달러를 빌려주지 못해서 속이 많이 상했었다고 하자

 

선생님 덕분에 요긴하게 잘 썼는데 진즉에 돌려 드렸어야 했는데...

 

본인이 갖고 있던 전화기를 잃어 버렸고

 

선생님이 근무하던 회사에 전화를 하니까 관두셨다고 해서 연락을 못드렸노라고

 

오늘은 선생님이 근무하던 회사에 생떼를 써서 4번씩 전화를 하면서

 

결국 알아냈노라고 했다. 아마도 전화 받은 분이 여기 저기 물어 내 번호를 갖고 있던 사람을

 

찾아 연결된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잘 대접을 받고 2차로 자리를 옮기자고 하는데

 

갈 길이 먼 나는 서둘러 내려오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봉투를 열어보니 1,000달러가 들어 있었다.

 

난 800달러 빌려줬는데...

 

전화를 했다. 왜 돈을 더 넣었냐고?

 

선생님, 그냥 아무 말씀 마십시요.

 

그런데 기운이 너무 없는 목소리인지라 왜 그렇게 기운이 없냐고 하니

 

어차피 동시 픽업으로 집에 갈거라 혼자서 한 잔 더 먹었노라고 한다.

 

아니 다음 날 일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술을 먹으면 어떻게 하냐고 잔소리를

 

좀 했다. 반성하는 눈치를 보이길레

건강을 생각하며 살 나이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어제 저녁을 먹으며 나이를 물어보니 K군은 이제 마흔 다섯살이란다.

먼저는 컴퓨터 계통의 일을 했는데 지금은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의류를 들여와

파는데 제법 살 만하다고 했다. 돈 많이 벌라고 하니 가끔 선생님 모시고 대접할 정도만

벌면 된단다. 그래, 나 대접할 생각말고 돈 많이 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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