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2004년 추석

Cmaker 2004. 9. 29. 20:30

아내가 곁에 누워 있는지 알고 뭐라 말을 하는데

 

답변이 없어 자리를 보니

 

아내는 벌써 일어나

 

아래층에 내려가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5시 40분

 

오늘은 7시에 지내기로 했으니 여유가 있었다.

 

아내가 준비하는 어머님의 차례상

 

다섯 해째가 된다.

 

음식이 다 준비됬다고 해서 아래로 내려와 보니

 

차례상을 다 차려 놓았다.

 

향을 키고 촛불도 키고 빠진 음식이 없는가 살펴보니

 

김이 없었다. 어머니께서 좋아 하시던 음식 중에 하나였지.

 

김을 챙겨 놓고

 

정종을 한 잔 올려 드리고

 

현관 문을 살짝 열어 놓았다.

 

뒷 뜰로 향하는 문도 열어 놓고...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는 아이들을 깨우지 않기로 했다.

 

어머님을 생각한다.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큰 아들 걱정만 하시다 가신 어머니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

 

어머니의 침대 앞에 앉아 있는 내게 막내 동생이 내밀던

 

어머니의 다이어리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에서 고생하는 큰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3남 1녀를 두신 어머니께서 왜 장남 걱정만 하고 사셨을까?

 

그 글을 읽으며 막내 동생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어려서부터 어머니 걱정을 가장 많이 끼쳐 드린 자식이 큰아들이였으니까.....

 

아내와 함께 절을 드리며

 

잔을 올리며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국에 오시면-일년에 6개월은 미국에 거주하셨다- 

 

잔소리만 하시던 시어머니가 뭐 그리 그리울까마는

 

아내는 잊지 않고 추석과 설, 어머니 제사를 꼭 차리고 있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챙기는 아내가 너무 너무 이쁘다.

 

서울로 전화를 했다.

 

여동생은 딸 아이가 뇌를 다쳐 오랜 기간 병상에서

 

투병 중이라 늘 기운이 없고 어둡다.

 

둘째 동생은 육군 영관급 장교로 전역을 하고 편의점을 하고 있다.

 

가게에서 집으로 돌아 가는 중이라 했다.

 

요즈음 장사가 잘 안된다며 주변의 모든 이들이 살기 어렵다고 했다.

 

막내 동생은 자다가 전화를 받은 것이 분명한데 아니라고 했다.

 

공군 중령으로 서울에서 근무 중이다.

 

삼형제가 모든 육.해.공군 사관학교에 차례로 입교하였었는데

 

나는 중도에 퇴교하였고 두 동생들은 졸업 후 임관하였다.

 

전에는 차례 전에 전화하여 함께 절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각자가 다니는 성당에서 봉헌드리고 있다.

 

큰 딸아이(26살)도 성당에 할머니를 위해 오늘

 

저녁 미사 중에 봉헌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고 했다.

 

직장에 출근하니 이 팀장이 송편과 떡을 준비해 왔다.

 

직원들이 먹을 수 있도록 책상 위에 펼쳐 놓아 하루 종일 오며 가며

 

집어 먹다 보니 점심 때가 되어도 허기를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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