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목욕탕에 갔다. TV 소리가 크게 들렸다. 두 사람이 흘끔 나를 쳐다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 사람은 이발의자에 앉았고, 다른 한 사람은 좀 떨어져 TV를 향해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큰 소리를 내었다. 이발사와 세신사로 추정되는 두 사람은 제42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실황 중계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옷장을 열고 옷을 벗어 넣으며 그들의 다투는 듯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5·18 광주사태'를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트리기 위해 북한의 사주를 받은 자들이 일으킨 만행이라며 힘을 주었고, 다른 한 사람은 광주사태가 아니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이고, 독재에 항거한 시민운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