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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만난 친구-3

Cmaker 2004. 8. 3. 05:34

 

 

그 친구에게서는 늘 담배 냄새가 났다.

 

36년 전에 헤어질 때도

서커스단의 곡예를 보고

담배 한대 씩을 나누어 피고 헤어졌다.

그는 가출하는 길이었고 입던 교복을 준다고 해서

만나 서커스를 구경했다.

6월이였다. 하복을 입고 있었으니까

내게 준 하복은 당시 유행하였던 나팔 바지에

웃도리 팔소매가 팔꿈치까지 내려 오는 것으로

보통 교복보다는 폼나게 맞추어 입은 것이었다.

 

그 친구 Y를 만나러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산호세에서 세크라멘토로 향했다.

세크라멘토 교외의 Elk Grove라는

신흥 도시에 살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그와 내게 있었던

몇가지 기억들을 아내에게 들려 주면서

프리웨이를 5개나 바꿔 타며 달려 갔다.

 

주택 단지로 들어가는 게이트에 도착해

주인을 찾으니 Y라는 성을 가진 사람은

단 한사람 뿐이었다. 누르라는 번호를 누르니

친구가 나왔다.

나다.

어데냐?

문 앞이다.

알았다.

 

문이 열렸다. 인터넷에서(yahoo.com) 뽑아 놓은

길따라 들어 가니 그의 집이 나타났다.

문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허리는 구부정하게

굽히고 얼굴은 마를 대로 마른 환자의 모습으로 서있었다.

길에서 만났다면 몰라 봤을 것이다.

위암 수술을 했다니까.

집안으로 들어 가니 아주 커다란 집이었다.

친구는 와이프가 우체국에서 밤에 일하고

돌아와 지금 자는 중이라 깨울 수가 없다고 했다.

딸네미가 버클리에 합격해서 9월에 기숙사에 들어 간단다.

아들은 딸 낳고 10년 후에 봤단다.

애가 그렇게 안들어서서 포기하니까 애가 생기더란다.

글쎄 모든 일이 그렇다니까 포기하면 얻게 된다고

9월에 친구의 아들은 국민학교 3학년이 된다.

우리 애들이 4학년, 2학년이 되니 비슷한 연령이다.

금방 친해졌다.

수영장에 가자 해서 우리 모두

주낵 단지 내의 수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옆집 애까지 해서 우리 식구 넷에 친구와 그 아들, 아들의 친구까지 모두 7명이 수영장으로 옮겨

아이들은 수영하고

우리 딸과 아내와 나, 내친구는

비치 파라솔이 펴있는 테이블 가에 앉았다.

우리 둘은 쉬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넘다들며

36년간의 삶을 비비고 부수며 서로 엉켜 있었고

아내와 딸네미는 물끄러미 듣는 둥 마는 둥 앉아 있었다.

배고프다는 아이들 성화에

친구와 나는 맥도날에 가서 빅맥 7개를 사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 가기를 원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그의 와이프가 깨어 있었다.

과일을 깎아 먹으며 살아 온 얘기들을 나누었다.

친구는 82년에 산호세로 이민와서 3년쯤 살다가

뉴욕으로 가서 1년 살다가 다시 산호세로 돌아 오던 길에

새클라멘토에 들렸다가 가게를 사서 주저 앉게 되었다고 한다.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이곳에서 하루 18시간 열심히 일해서 지금은 세가 나오는 작은 건물도 하나 갖게 되었고

와이프는 우체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살만 하니까 위암이라나.

아이를 데릴러 옆집 아저씨가 왔다.

친구가 시간이 있으면 보트 좀 타자고 하였다.

아무 때나 오세요 준비 해 놓은 테니까

옆집으로 가니 뒷 뜰이 바로 호수였다.

호수가 50에이커라나

뒷뜰에서 배를 타고 호수를 돌았다. 호수를 다 돌지 못하고 반 쯤 돌았다. 햇빛이 너무 따가와서

친구 집으로 돌아와 그가 만들었다는 정원을 구경하였다. 사과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배나무 등 각종 과실나무들이 있었으며 본인이 직접 콩크리트 쳐서 만든 정원은 꽤나 넓었다. 저녁 먹고 가라는 친구와 와이프의 만류를 뒤로 하고 다시 산호세로 향하면서 아내와 나는 친구의 회복을 기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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