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한참 마시고다니던 때,
아침에 깨어 간 밤의 일이 기억 나지 않았던 때가
어디 한 두번이던가,
그것도 운전하고 다니면서
어떻게 집에까지 운전하고 왔는지....
신촌서 마시고 삼일 고가도로 위를 운전해서
천호대교를
건너 어떻게 왔을까?
다시는
술 마시고 운전하지 말자고
얼마나 많은 날,
약속하고 져버렸던지
헤아릴 수 조차 없다.
내게 잊을 수 없는
죽을 때까지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음주 운전의 추억들을
기록으로 남겨 놓기로 하였다.
1990년 봄으로 기억된다.
당시 모 여행사에서 일하던 친구와 만나
서교동인가 동교동인가의 모 호텔내
일식집에서 얼큰하게 한 잔하고
뒤늦게 선배님의 레스트랑 개업을 축하해 주러 가서
포도주 한병을 더 마시고
근처의 술집으로 가서
양주와 맥주를 섞어 어지간히 마셨는데,
그냥 헤어져 집에 갔으면 될텐데
부천에 사는 친구를 데려다 주겠다고 고집을 부렸나 보다.
택시 타고 가겠다는 녀석을 억지로 거의 강제로
내차에 쑤셔 넣고 친구의 집을 어떻게 찾아 갔는지
생각은 나지 않고 친구 집에서 맥주를 마시던 생각만 난다.
맥주를 서너병 더 마시고 김치를 집어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싸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부천서 잠실까지 어떻게 왔는지는 기억이 없고
잠실부터 다시 필름이 이어진다.
경찰이 차를 세우려고 따라오는 장면부터
무슨 생각에서인지 차를 세우지 않고
성남시 방면으로 돌려 전속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경찰차는 사이렌을 울리며 추격을 시작했겠지
그 취한 상태에서도 이대로 가다가는 큰 사고가
날 것만 같았다.
새벽 두세시경
차량 통행은 뜸한 시각이었지만
결국 도로 한 복판에 세우고 말았다.
창문을 열어 놓고 김치를 병에서 꺼내
씹으며 경찰을 기다렸다.
내가 느끼기에도 어지간히 취해 있었다.
경찰 1명이 내게 오더니 내차의 키를 빼 가려고 하였다.
그 손을 탁 치고 키를 빼서 내 주머니에 넣었다.
그랬더니 면허증을 달란다.
면허증을 준다는 것이 내 신분증을 주고 말았다.
신분증을 보더니 이 친구 더 기가 살았다.
아니 이런 분이 이렇게 취해 운전을 하시면
어떡 하십니까?
아, 나 안 취했어.술 냄새 팍팍 풍기면서
그러시면 차를 저 도로변으로 옮기시죠.
차를 옮겨 세워 놓자 차에서 내리라고 하였다.
내리자 경찰차에 타란다.
그 차에는 다른 경찰관이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난 안탄다. 난 술 안 마셨다. 외치는데,
아, 소변이 마려운 것이었다.
난 그냥 팽창해 있는 물건을 꺼내 들고
그의 구두위에 실례를 하고 말았다.
그러자, 이 친구
오줌 세레를 받고 정신을 차린 것인지
아니면 정신이 혼미해진 탓인지
그러면 맘대로 하세요.
이렇게 외치더니 자기들 차를 타고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와 잘 자고 출근하였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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