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2018년 12월 26일(수) 오전 일기

Cmaker 2019. 1. 3. 01:48

 


  여행 중에 코 검사한 결과(CT 촬영 결과)가 나왔다고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오늘아침오전 7시인지 8시인지 기억나지 않아 7시 30분에 맞춰 병원으로 갔다.

 

   엘레베이타를 타고 이비인후과로 올라가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병원에 오라는 날짜가 오늘(26)이 아니고 내년 1월 6일이전화를 받자마자 스마트폰에 기록했었다스마트폰을 꺼내 일정표를 보니 1월 6일이 아니고 1월 2일이다ㅎㅎㅎㅎㅎ.

 

   다시 차에 탔다그때 생각났다오늘은 자동차 점검 받기로 한 날이다. 7시 30분까지 가기로 했었다부지런히 딜러로 갔다. 7시 50.

 

   차를 넘겨주고 커피를 한 잔 뽑아 들고 대기실에 앉았다.

 

   동생이 전화했다. 4남매의 셋째육군 소련으로 예편해서 평생 편의점을 하고 있다군에서 잘 나가던 동생이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옷을 벗었다진급도 안 되고 더 이상 만년 소령으로 있을 수 없었다제대하자마자 편의점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하고 있다마라톤을 103번 완주했고 원리원칙주의자편법을 모른다.

 

   가게 문 닫고 집으로 가면서 형님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면서 오늘의 자기가 있게 해준 분이 형님이라면서 오늘 따라 많이 생각난다고 했다.

 

   사관학교에서군대에서사회 나와서 언제나 형님이 자기의 롤모델이었다면서 깡다구의지력의리 모두 형님에게서 배웠다고 했다형님이 자기를 키웠다고 언제나 형님께 죄송하다고 했다.

 

   뭔 소리 하는지 다 안다.

 

   어린 시절 나보다 다섯 살 4개월 어린 동생이 맞고 들어오면 동생을 데리고 때린 놈 집으로 달려갔다그리고 때린 놈 나오라고 해서 둘이 붙게 했다나는 지켜봤다동생은 싸우기 싫은데 형 때문에 맞으면서도 엉겨 붙어야 했다그리고 태권도장으로 데리고 갔다. 2단 딸 때까지 다녔다그리고 사관학교로 진학했다나는 사관학교에 진학했다가 도중에 집으로 돌아온 전력이 있지만 동생 둘은 모두 사관학교에 진학해서 무사히 졸업했다. 셋째는 육군, 막내는 공군. 

 

   1999년 어머니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미국으로 오셔서 우리 집에 사셨다그때 동생이 미국으로 와서 부모님이 살던 작은 아파트를 자기 명의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그래서 아버지께 그렇게 하는게 좋겠다고 했다다른 동생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누군가가 관리를 해야 하니까.

 

   얼마 후 동생은 재건축에 해당되는 그 아파트를 팔아서 자기가 살던 35평 아파트까지 판 돈을 합쳐 넓은 아파트로 이사했다.

 

   아버지는 다만 얼마라도 달라고 동생에게 요청했다동생은 약간의 돈을 드렸다아버지는 만족해하지 않으셨다내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적었다아버지께서 한국에 나가서 동생에게 돈을 좀 더 달라고 하자 동생은 집 사는데 다 보태서 드릴 돈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는 동생이 잘못하고 있다며 매우 섭섭해 하셨다내가 생각하기에도 동생이 잘못하고 있었다분명히 집을 팔게 되면 아버님과 형제들에게도 나누겠다고 했는데 명의 변경을 한지 얼마 안 되어 팔고나서는 아무 연락도 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으로 나갔다동생들을 모두 집합시켰다내가 아버지께 들은 얘기에 근거해서 동생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나는 괜찮다아버지도 내가 모시고 살면 되니까 큰 문제는 없다그러나 그 집은 부모님이 남긴 유일한 재산인데 한 사람이 다 차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먼저 바로 밑에 동생인 여동생에게 물었다


"셋째가 부모님 집 판돈을 다 차지했는데 괜찮냐불만없냐?" 없다고 했다


막내에게 물었다. "너는 어떠냐?" "저도 괜찮습니다." 


   셋째에게 물었다. 


"내 생각에는 그래도 다만 얼마라도 형제간에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는 나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모님 집 수리하는데 제가 몇 백 만원 보탰으니까요." ㅎㅎㅎㅎ. 녀석, 나도 수백 만원 보태드렸다. 말은 안 하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럼 됐다이 시간 이후로 이 문제로 왈가왈부하지 말자." 


두 동생들에게 고마웠다남들은 이런 일로 동기간에 싸움박질을 한다는데이렇게 해서 부모님 집 판돈은 셋째가 다 갖게 된 것이다동생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뭐 군대에서 나오는 연금하고 가게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네 식구가 살기에 넉넉지는 않을 것이다다른 두 동생들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다 먹고 살만하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은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었다한국에 나갈 때마다 형제들의 온 식구들을 집합시켜서 식사를 한 번 하는데 그때마다 그의 손을 보면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거기다 마라톤을 103번 완주했으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동생은 내게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거기다 죄송하다는 말도그러지 말라고 했다형이 도와주지 못해 네가 고생이 많다고 위로했다동생도 눈물을 글썽이고 있으리라작별인사를 하고 동생이 외쳤다형님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그래 너도 신나는 2019년 만들어라.

 

   자동차는 앞브레이크 잡을 해야 한다고 했다거기다 디스크도 갈아야 한다면서 $1,200이 넘는 돈을 요구했다. 12월 3일 정기점검에 뒷 브레이크 잡, 앞 타이어 교체 등으로 $1,800을 줬는데. 또 $1,200을 달라니 머리가 빙빙 돌고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긴 했지만 크리스마스 디스카운트를 해보라고 했다. $970. 오케이두 시간을 기다리라고 했다오늘 이번 주에 첫 출근이라 오전에 미팅이 있으니 차를 하나 달라고 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했다. 크리스마스 연휴(12월 22일~12월 25일)를 보내고 돌아온 직원들은 모두 의기탱천(意氣撐天)해 있었다. 


   아름다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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