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아버지 병실에서 2

Cmaker 2017. 8. 29. 11:10

2017년 8월 27일 일요일


   의사와 대화를 나눴습니다이제는 더 이상의 의료행위는 중단하고 평안하게 생을 마감하도록 도울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3일 전에 전화해서 콩팥이 완전히 기능을 멈췄다면서 마지막 방법이 있긴 한데 너무 고령이라 권하고 싶지 않다면서 치료를 중단하고 그저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어떤가 물었습니다아버지의 생명이고 아버지의 신체이니 아버지와 대화를 한 후에 알려주겠다고 해놓고 아버지께 차마 그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내가 나타나기만 하면 고통 속에서도-통증을 참으며함박웃음을 지으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도저히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 어제부터는 계속 눈을 뜨지 못하시는 겁니다의료진의 설명에 따르면 엄청나게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3시간에 한 번씩 몰핀을 투입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고통을 못 느끼는 대신 깨어나 있기 힘들다고 했습니다아버지는 계속 몽롱함 속에 있는 겁니다.

 

   밤에 간호사 두 사람(여자 1남자 1)이 아버지를 이리저리 뒤척이며 몸을 구석구석 닦고 사진을 찍었습니다그들의 노고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습니다또 다른 간호사가 와서 아버지의 상태를 점검하고 가려움증을 해소하기 위한 약을 몸에 바르겠다고 하면서 집에 가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의사가 또 전화를 한 겁니다이제 결정해야 할 때라고 89세에 투석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다면서 호스피스 병원으로 모시라고길어야 열흘짧으면 1주일이미 콩팥은 전혀 기능을 하지 않는다면서.

   알아듣기는 하겠는데 확실히 하기 위해 한인 통역을 요청하자 몇시에 병원으로 올 수 있는가 물었습니다지금 당장 갈 수 있다고 하자 그럼 준비해놓겠다고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화상통화로 한국인 통역사와 삼자 통화를 했습니다의사와 나는 병실에서 통역사는 어딘가에서.의사의 말은 내가 알아들은 그대로였고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하니 호스피스 병원에서 연락오기를 기다리라고 하네요연락을 받은 다음에 그리로 가라고그래서 먼저 계시던 곳으로 하면 좋겠다니까 그렇게 하겠다고그리고 만일 옮기는 일조차 힘들면 병원에 계시다 운명하게 하겠다고그래서 그럼 옮기지 말고 여기 계셔도 되냐니까 그건 또 안 된답니다의료보험회사에서 오케이가 떨어져야만 그렇게 할 수 있다네요.

 

   화상통화하면서 눈물을 계속 흘렸습니다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등으로 닦으며 있었습니다. 통화가 끝나고 의사가 꼬옥 안아주더라고요자기 아버지가 대한항공 초창기 조종사였다면서 어머니가 한국에 여러 번 다녀왔으며 올 때마다 한국에서 만든 이불장난감 등의 선물을 많이 했다면서한국과의 인연을 얘기하며 따뜻하게 위로해주면서 자기도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간호사 둘이 아버지를 케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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