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화마가 앗아간 산길을 걷다

Cmaker 2017. 8. 1. 08:34



   오랜만에 산을 찾았다지난 1월에 히말라야 다녀오고 처음이다집에서 5시에 출발했다프리웨이에서 내려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는다커피 한잔과 함께.

 

   워터라인 트레일, 80년대에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던 트레일이었지만 큰 홍수로 일반인들의 입산을 허용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그런데 2년 전 산불로 그동안 복구되어 오던 것들이 몽땅 타버렸다.

 

Water Line Trail Head-일반인에게 오픈하지 않기에 입구부터 막아 놓았다. 그러나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 옆에 작은 통로가 있다.



   South Fork Trail도 산불로 다 타버린 까닭에 2년간 출입을 통제했다가 지난 7월 20일 일반에게 다시 공개했다워터라인 트레일을 걸어서 South Fork Trail과 만나는 곳까지 걷기로 했다입구부터 화마가 쓸고 간 흔적이 도처에 남아 있었다연방 셔터를 눌러댄다사진 찍으러 온 것인지 산길을 걸으러 온 것인지 목적이 불분명해진다아니면 글을 쓰기 위해 찾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계속 메모를 하며 걷는다.












 

   세 종류의 나무가 거기 있었다통채로 불에 타 생명을 잃었지만 검은 모습으로 서있는 나무탔으나 재가 되지는 않은 채 검은 모습으로 누워 있는 나무그리고 아랫부분은 불에 탔지만 윗부분은 아직도 살아 생명을 유지하고 그 푸름을 자랑하고 있는 나무.


   두 개의 길이 눈앞에 놓여 있다경사가 심하지만 빨리 갈 수 있는 길쉽게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이지만 돌아가야 하는 길어느 길로 갈까 망설이지 않는다그때그때 기분이 내키는 대로 걷는다.오늘은 쉽게 걷는 길을 택한다.






   길이 아예 없어져 버렸다풀들이 길게 자라 길을 덮어 버린 까닭이다앞서 간 이가 밟고 간 흔적을 찾아내었다그리고 그 위에 또 하나의 발자국을 남긴다이렇게 자꾸 디디고 가다보면 길이 될 것이다.

   갑자기 앞서간 이의 흔적이 없어져 버렸다길을 찾지 못해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간 것으로 생각하며주위를 둘러보았다누군가 허둥지둥 허리춤까지 자란 수풀 속에서 빠져 나간 흔적을 찾았다나도 그 사람 처럼 발걸음을 높이하며 허겁지겁 빠져 나온다계속 가야 할 것인지 아니면 돌아가야 할 것인지 잠시 망설인다.

 





   그나마 앞서간 이가 남겨 놓은 흔적마저 없어져 버렸다. 가만히 살펴보니 예전에 다니던 길은 물길과 가까이 있었을 걸로 짐작이 된다. 누군가 허둥지둥 허리춤까지 자란 수풀 속에서 빠져 나간 흔적을 찾았다. 나도 그 사람을 생각하면 발걸음을 높이하며 허겁지겁 빠져 나온다. 계속 가야 할 것인지 아니면 돌아가야 할 것인지 잠시 망설인다.

 

   5년 동안 주말마다 찾았기에 수십 번도 더 오른 길이다지형지물을 가만히 살펴본다기억 속에 있는 나무들이 보인다저 침엽송 두 그루 사이로 길이 있었다두 나무 사이에 서서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좀 더 걷기로 한다.

 


   산은 꽃밭이 되어 있었다나무들이 모두 다 불에 타버린 산을 노란 꽃하얀 꽃보라 꽃분홍 꽃들이 사방을 덮고 있었다이렇게 많은 꽃들이 핀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물살은 예전보다 빨라졌고 수량도 꽤 많아졌다도시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았지만 산에는 눈도 많이 왔고 제법 비가 내렸던 모양이다경쾌한 물소리를 들으며 길을 재촉한다.


 

   드디어 길을 찾았다언젠가 낯선 길에 들어섰다가 길이 없는 산등성이를 넘어 내려와 만났던 곳이다앉아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며 사과를 까먹으며 쉬었다 갔었다잠시 땀을 식히며 물고기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는다.

 

   조금 올라가니 고사리 밭이다한국 사람들이 이곳을 안다면 밥상에 올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올 것이다고사리가 허리춤까지 올라온다길을 잘못들은 거다어서 빨리 고사리 단지를 빠져나가야 한다.

 

   앞서 간 사람도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오던 길로 다시 내려갔나 보다어디에도 길은 없었다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가 궁리를 한다방향은 분명히 알고 있으니 그리 큰 문제는 없다.




 

   문득 드는 생각이 세상은 살아남은 자들의 것이다죽으면 헛것이다악착같이 단 하루라도 오래 살아야 한다가늘고 길게.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연연해하며 허명에 살았다대자연의 나무나 산짐승벌레등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살 수 있을 때가지 산다살지 못하면 죽고구질구질하게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발버둥치지도 않는다자기 살 만큼 살다 가는 거다그렇다불에 타 일찌감치 가기도 하고검게 탔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기도 하는 거다.


   길이 아니다분명히 길이 될 수도 없다온 길을 되돌아 나와 산등성이쪽으로 올라선다길을 만든다희미하게 남아 있는 옛길의 흔적을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움직인다또 다시 고사리가 지천이다그리고 길이 나타났다아주 걷기 좋은 길이다이 길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걷는다산의 형세로 보아 예상한 길에서 사뭇 벗어나 있다원래 길이 아니다물길 따라 오다보니 골짜기 깊숙이 내려와 있다이제 산등성이를 타고 비스듬히 걸어 본래 길을 찾아야 한다.

 

   나처럼 잘못 걸어와 계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길찾아 간 사람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면 쉽다길을 잃고 이리로 들어선 사람이 쉽게 걸을 수 있도록 발자국을 꾹꾹 눌러서 남겨 놓는다한 번도 온 적이 없는 길에 들어서 있었다아니 길이 아니다경사가 심한 비탈이다시계를 본다. 10시 32, 12시까지만 걷다가 무조건 돌아서서 내려가기로 마음먹는다이 트레일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잘못된 생각이었다한 번도 지나 간 적이 없는 길의 연속이다이름 모를 새들과 풀벌레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가 계곡을 덮고 있다움직이는 것이라고는 날파리나비그리고 따다닥 소리를 내며 다니는 메뚜기들뿐이다.


   빡빡 밀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이의 머릿속처럼 삐죽이 서있는 타버린 나무들 사이로 물길 건너 건너편 트레일이 훤히 보인다예전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빽빽이 우거진 산림으로 저쯤 길이 있으리라 짐작만 할 뿐 건너편을 볼 수도 없었고 보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사람을 만났다사우즈 퍼크 트레일로 올라 온 사람이다물길을 건너가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눈다날씨 얘기를 좀 하다가 오는 도중에 만난 사람이 있냐고 물으니 여자들 셋이 뒤에 오고 있다고 한다묻지도 않았는데 레인저들은 보지 못했다는 말을 덧붙인다그리고 그는 오던 길을 되돌아 황급히 내려가기 시작했다아마 퍼밋이 없나 보다퍼밋을 보자고 할까봐 서둘러 내려가는 것이리라.

 




   11시 13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불에 까맣게 타서 그 생명력을 잃은 채 우뚝 서있는 나무들에 삥 둘러싸여 있다어쩌면 이렇게 모두 타버릴 수 있는 것인지 화마의 위력을 실감한다.



 

   메뚜기도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까맣게 타 버린 나무들 속에 살면서 그들도 까맣게 변해 버린 거다보호색이처럼 대 자연은 무섭다. 순식간에 자신의 몸조차 까맣게 만들어 버린다. 주변이 까마니까 까맣게 변한 것이리라.




 

   다시 물길을 건너야 한다한 없이 물길 따라 갔다가는 엄청난 비탈길을 돌아와야 한다다리가 없었다돌을 던져 물길을 막아 건너려고 했다돌을 아무리 던져도 물속에서 쌓일 뿐 징검다리는 생기지 않았다힘은 점점 빠져가고조금 아래 바위와 바위 사이의 물길을 건너려고 시도했다오마이갓 한 발은 건넜으나 다른 다리를 옮겼을 때 그 발을 놓을 자리가 없다그냥 물속으로 건너기로 한다신을 벗고 양말을 벗는다.  


   물이 차다발이 시리다물살도 세다한 손에는 신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어 물속에 찍어 놓고 의지하며 물을 건넜다햇살이 제법 따갑다젓은 발을 잠시 말리고 양말을 싣고 하산을 서두른다.





햇살이 제법 따갑다. 젖은 발을 잠시 말리고 양말을 싣고 하산을 서두른다


   길을 만들며 내려왔다길이 아예 없어져 버려 다음에 올 때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뚜렷하지는 않더라도 길 임직하게 보일 수 있도록 길을 덮고 있는 고사리와 각종 풀이나 나무들을 발로 다지며 내려왔다.

 




San Gorgonio 정상을 향해 작별 인사를 한다.



   길바닥에 새 한마리가 죽어 있었다. 시신을 걷어 땅속에 잘 묻어 주었다. 그리고 극락왕생을 빌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어쩐지 불교식으로 해야 할 것 같았다. 다음 세상에는 그 무엇으로 태어나든 간에 이렇게 길바닥에서 죽지 않기를 기원했다.






   오랜만에 산을 찾았다지난 1월에 히말라야 다녀오고 처음이다집에서 5시에 출발했다프리웨이에서 내려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는다커피 한잔과 함께.

 

   워터라인 트레일, 80년대에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던 트레일이었지만 큰 홍수로 일반인들의 입산을 허용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그런데 2년 전 산불로 그동안 복구되어 오던 것들이 몽땅 타버렸다.

 

Water Line Trail Head-일반인에게 오픈하지 않기에 입구부터 막아 놓았다. 그러나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 옆에 작은 통로가 있다.



   South Fork Trail도 산불로 다 타버린 까닭에 2년간 출입을 통제했다가 지난 7월 20일 일반에게 다시 공개했다워터라인 트레일을 걸어서 South Fork Trail과 만나는 곳까지 걷기로 했다입구부터 화마가 쓸고 간 흔적이 도처에 남아 있었다연방 셔터를 눌러댄다사진 찍으러 온 것인지 산길을 걸으러 온 것인지 목적이 불분명해진다아니면 글을 쓰기 위해 찾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계속 메모를 하며 걷는다.












 

   세 종류의 나무가 거기 있었다통채로 불에 타 생명을 잃었지만 검은 모습으로 서있는 나무탔으나 재가 되지는 않은 채 검은 모습으로 누워 있는 나무그리고 아랫부분은 불에 탔지만 윗부분은 아직도 살아 생명을 유지하고 그 푸름을 자랑하고 있는 나무.


   두 개의 길이 눈앞에 놓여 있다경사가 심하지만 빨리 갈 수 있는 길쉽게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이지만 돌아가야 하는 길어느 길로 갈까 망설이지 않는다그때그때 기분이 내키는 대로 걷는다.오늘은 쉽게 걷는 길을 택한다.






   길이 아예 없어져 버렸다풀들이 길게 자라 길을 덮어 버린 까닭이다앞서 간 이가 밟고 간 흔적을 찾아내었다그리고 그 위에 또 하나의 발자국을 남긴다이렇게 자꾸 디디고 가다보면 길이 될 것이다.

   갑자기 앞서간 이의 흔적이 없어져 버렸다길을 찾지 못해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간 것으로 생각하며주위를 둘러보았다누군가 허둥지둥 허리춤까지 자란 수풀 속에서 빠져 나간 흔적을 찾았다나도 그 사람 처럼 발걸음을 높이하며 허겁지겁 빠져 나온다계속 가야 할 것인지 아니면 돌아가야 할 것인지 잠시 망설인다.

 





   그나마 앞서간 이가 남겨 놓은 흔적마저 없어져 버렸다. 가만히 살펴보니 예전에 다니던 길은 물길과 가까이 있었을 걸로 짐작이 된다. 누군가 허둥지둥 허리춤까지 자란 수풀 속에서 빠져 나간 흔적을 찾았다. 나도 그 사람을 생각하면 발걸음을 높이하며 허겁지겁 빠져 나온다. 계속 가야 할 것인지 아니면 돌아가야 할 것인지 잠시 망설인다.

 

   5년 동안 주말마다 찾았기에 수십 번도 더 오른 길이다지형지물을 가만히 살펴본다기억 속에 있는 나무들이 보인다저 침엽송 두 그루 사이로 길이 있었다두 나무 사이에 서서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좀 더 걷기로 한다.

 


   산은 꽃밭이 되어 있었다나무들이 모두 다 불에 타버린 산을 노란 꽃하얀 꽃보라 꽃분홍 꽃들이 사방을 덮고 있었다이렇게 많은 꽃들이 핀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물살은 예전보다 빨라졌고 수량도 꽤 많아졌다도시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았지만 산에는 눈도 많이 왔고 제법 비가 내렸던 모양이다경쾌한 물소리를 들으며 길을 재촉한다.


 

   드디어 길을 찾았다언젠가 낯선 길에 들어섰다가 길이 없는 산등성이를 넘어 내려와 만났던 곳이다앉아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며 사과를 까먹으며 쉬었다 갔었다잠시 땀을 식히며 물고기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는다.

 

   조금 올라가니 고사리 밭이다한국 사람들이 이곳을 안다면 밥상에 올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올 것이다고사리가 허리춤까지 올라온다길을 잘못들은 거다어서 빨리 고사리 단지를 빠져나가야 한다.

 

   앞서 간 사람도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오던 길로 다시 내려갔나 보다어디에도 길은 없었다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가 궁리를 한다방향은 분명히 알고 있으니 그리 큰 문제는 없다.




 

   문득 드는 생각이 세상은 살아남은 자들의 것이다죽으면 헛것이다악착같이 단 하루라도 오래 살아야 한다가늘고 길게.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연연해하며 허명에 살았다대자연의 나무나 산짐승벌레등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살 수 있을 때가지 산다살지 못하면 죽고구질구질하게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발버둥치지도 않는다자기 살 만큼 살다 가는 거다그렇다불에 타 일찌감치 가기도 하고검게 탔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기도 하는 거다.


   길이 아니다분명히 길이 될 수도 없다온 길을 되돌아 나와 산등성이쪽으로 올라선다길을 만든다희미하게 남아 있는 옛길의 흔적을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움직인다또 다시 고사리가 지천이다그리고 길이 나타났다아주 걷기 좋은 길이다이 길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걷는다산의 형세로 보아 예상한 길에서 사뭇 벗어나 있다원래 길이 아니다물길 따라 오다보니 골짜기 깊숙이 내려와 있다이제 산등성이를 타고 비스듬히 걸어 본래 길을 찾아야 한다.

 

   나처럼 잘못 걸어와 계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길찾아 간 사람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면 쉽다길을 잃고 이리로 들어선 사람이 쉽게 걸을 수 있도록 발자국을 꾹꾹 눌러서 남겨 놓는다한 번도 온 적이 없는 길에 들어서 있었다아니 길이 아니다경사가 심한 비탈이다시계를 본다. 10시 32, 12시까지만 걷다가 무조건 돌아서서 내려가기로 마음먹는다이 트레일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잘못된 생각이었다한 번도 지나 간 적이 없는 길의 연속이다이름 모를 새들과 풀벌레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가 계곡을 덮고 있다움직이는 것이라고는 날파리나비그리고 따다닥 소리를 내며 다니는 메뚜기들뿐이다.


   빡빡 밀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이의 머릿속처럼 삐죽이 서있는 타버린 나무들 사이로 물길 건너 건너편 트레일이 훤히 보인다예전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빽빽이 우거진 산림으로 저쯤 길이 있으리라 짐작만 할 뿐 건너편을 볼 수도 없었고 보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사람을 만났다사우즈 퍼크 트레일로 올라 온 사람이다물길을 건너가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눈다날씨 얘기를 좀 하다가 오는 도중에 만난 사람이 있냐고 물으니 여자들 셋이 뒤에 오고 있다고 한다묻지도 않았는데 레인저들은 보지 못했다는 말을 덧붙인다그리고 그는 오던 길을 되돌아 황급히 내려가기 시작했다아마 퍼밋이 없나 보다퍼밋을 보자고 할까봐 서둘러 내려가는 것이리라.

 




   11시 13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불에 까맣게 타서 그 생명력을 잃은 채 우뚝 서있는 나무들에 삥 둘러싸여 있다어쩌면 이렇게 모두 타버릴 수 있는 것인지 화마의 위력을 실감한다.



 

   메뚜기도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까맣게 타 버린 나무들 속에 살면서 그들도 까맣게 변해 버린 거다보호색이처럼 대 자연은 무섭다. 순식간에 자신의 몸조차 까맣게 만들어 버린다. 주변이 까마니까 까맣게 변한 것이리라.




 

   다시 물길을 건너야 한다한 없이 물길 따라 갔다가는 엄청난 비탈길을 돌아와야 한다다리가 없었다돌을 던져 물길을 막아 건너려고 했다돌을 아무리 던져도 물속에서 쌓일 뿐 징검다리는 생기지 않았다힘은 점점 빠져가고조금 아래 바위와 바위 사이의 물길을 건너려고 시도했다오마이갓 한 발은 건넜으나 다른 다리를 옮겼을 때 그 발을 놓을 자리가 없다그냥 물속으로 건너기로 한다신을 벗고 양말을 벗는다.  


   물이 차다발이 시리다물살도 세다한 손에는 신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어 물속에 찍어 놓고 의지하며 물을 건넜다햇살이 제법 따갑다젓은 발을 잠시 말리고 양말을 싣고 하산을 서두른다.





햇살이 제법 따갑다. 젖은 발을 잠시 말리고 양말을 싣고 하산을 서두른다


   길을 만들며 내려왔다길이 아예 없어져 버려 다음에 올 때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뚜렷하지는 않더라도 길 임직하게 보일 수 있도록 길을 덮고 있는 고사리와 각종 풀이나 나무들을 발로 다지며 내려왔다.

 




San Gorgonio 정상을 향해 작별 인사를 한다.



   길바닥에 새 한마리가 죽어 있었다. 시신을 걷어 땅속에 잘 묻어 주었다. 그리고 극락왕생을 빌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어쩐지 불교식으로 해야 할 것 같았다. 다음 세상에는 그 무엇으로 태어나든 간에 이렇게 길바닥에서 죽지 않기를 기원했다.





   하루가 이렇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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