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즐겁고 유쾌하게 마신 탓에 아침이 상쾌하고 좋았다. 욕조에 물 받아 놓고 땀이 나도록 앉아 있었다. 에어컨님의 배려로 고단백의 좋은 안주를 먹으며 마셨기에 속도 든든했다. 거실로 나오니 에어컨님은 벌써 나와 있었다. 뒷뜰에 노는 토끼와 새들을 보며 아침을 즐겼다.
세마리의 토끼 가족들이 살고 있다고 했으나 한 마리만이 나와서 놀고 있었다.
언제나 헤어지는 것에 익숙치 않다. 얼른 돌아서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6월 3일에 LA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자동차를 움직였다. 곧 에어컨님이 앞서 가며 따라오라 했다. 에어컨님을 따라 골목을 나서서 조금 가다가 에어컨 님이 자신은 우회전한다며 나는 주욱 진직하라고 손짓으로 알려왔다. 우린 그렇게 헤어졌다. 하룻밤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아들이 자고 있다는 아들 친구의 아파트로 향했다. 9시 정도에 도착해서 전화를 했지만 아들은 받지를 않는다. 계속 전화를 해도 답이 없다. 문자를 보냈다. 역시 답이 없다. 짜증이 나기 시작햇다. 일단 근처의 식당으로 옮겨 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파트를 나오자마자 버거킹이 있었다. 간단한 아침을 시키고 커피를 마시며 아들의 답을 기다렸다. 10시가 조금 지나서 아들이 내려오겠다는 문자가 왔다. 버거킹으로 오라고 했다.
녀석은 뻔뻔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친구가 조인한 대학 남학생 클럽 멤버 5명과 여학생 3명이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고 했다. 맥주 66병과 와인 3병을 마셨다며 빈병을 찍어 놓은 사진을 보여준다. 몇몇 친구들은 대마초도 했다고 하면서 요즈음 대학생들의 파티에는 대마초가 빠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너도 했냐고 묻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오면서 아들과 대마초 문제로 논쟁을 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 시절 대마초 밭을 갖고 있었다면서 대마초를 팔아 돈을 벌었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대마초를 싫어 했다. 슬슬 웃으며 공연히 실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대마초를 하고 나면 단 것들을 많이 찾았다. 조용필이 대마초 사건으로 잡혀들어가고 대마법이 생기면서 나는 업계를 떠났다.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극도로 싫어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여전히 대마초를 피웠고, 경찰에 잡힌 녀석들은 정신병원에 잡혀 갔다. 당시는 대마초를 태우다 걸리면 정신병원에 집어 넣었다. 그런 걸 보면서 대마초를 끊지 못하고 피는 녀석들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얘기들을 들려주면서 대마초가 아주 좋지 않은 것이라고 언성을 높여 얘기했었다.
아들은 내게 대마초가 담배보다 더 무해하다면서 지금 법으로 대마초를 인정하고 있지 않는가 항변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이해한다고 했다. 만약 아빠 나이의 사람들이 대마초를 하고 그것을 옹호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했었다.
아무튼 우린 다시 만났다. 아들은 버거킹에서 음식을 사들고 차에 탔다. 아들이 운전을 하겠다고 했다. 한 동안 말없이 운전을 했다. 10번 이스트를 탔다. 아리조나의 넓은 대평원을 달리고 달렸다. 시원하게 뻥뚫린 프리웨이와 파란 하늘을 보며 마음이 평안해졌다.
아리조나늘 벗어날 무렵, 에어컨님이 문자를 보냈다. 캘리포니아를 들어서면 개스값이 훨씬 비싸니까 아리조나에서 개스를 잔뜩 넣으라고.
개스 계기판을 보니 개스는 충분했다. 그래도 개스를 넣어 볼까 하고 개스 스테이션이 있다는 표시판을 찾았으나 어느덧 캘리포니아를 넘어서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의 사막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풍차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집에 가까이 왔음을 느낀다. 인디오를 지나 핫스프링스, 팜스프링으로 이어진다.
점심을 먹자고 했으나 아들이 집근처에 가서 코리안 바베큐를 먹자고 했다. 이미 2시 30분을 넘어섰다. 아침에 버거킹에서 간단히 요기한 것이 전부인지라 배가 고플 때가 되었으나 아들은 더 가자고 했다.
가만히 생각하니 친구가 운영하는 와바 그릴이 근처에 몇 개 있다. 아무 데나 들려서 친구를 오라고 하면 된다. 친구에게 전화했다. 친구에게 어디 있냐고 물으니 온타리오에 있다고 했다. 내가 10번 타고 동쪽에서 가는 중이라고 하니 어디 쯤 오냐고 물었다. 이제 팜스프링을 지났다고 하니 한 50분 후에 클리어몬트 식당에서 만나면 되겠다고 했다. 그래 거기서 점심을 먹으면 된다.
3시 27분 와바에 도착했다. 친구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일단 음식부터 시켜 먹기 시작했다. 아들은 두 개를 먹었다. 잠시후에 친구가 왔다. 실컷 먹고 4개를 싸줘서 갖고 왔다.
오는 도중에 식구들과 저녁을 나와서 먹기로 했다. 아시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잠시 집에 와있던 딸과 아내는 함께 쇼핑 중이라고 했다. 6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다. 아들은 집에서 샤워를 하고 가자하고 나는 그냥 약속장소로 가자고 했다. 역시 아들 얘기대로 집으로 가서 샤워후에 약속장소로 갔다. 중국집에 도착해 계기판을 보니 이번 횡단여행에 총 3657.2마일을 뛰었다.
식사후에 집으로 돌아와 세상 모르게 잤다.
이글을 쓰고 있는데 순수님께서 다녀가셨습니다. 가든그로브에 볼일이 있어 다녀 가는 길에 들렸다며 점심식사를 함께 하자는데 아이들 픽업 때문에 빨리 가야 한다며 손주들 주라고 선물만 한 보따리 놓고 갔습니다. 6월 3일 LA 모임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7박 8일의 여정을 모두 마칩니다. 지루한 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은 이메일이나 쪽지 등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