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gstaff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다. 아들은 곤하게 잠이 들어 있다. 아침 일찍 산책을 나섰다. 가벼운 차림으로 나섰으나 날이 제법 차다. 신선한 아침이다. 2~3분 걸었을까 젊은이들이 반바지에 티셔츠를 걸친 차림으로 남녀가 섞여서 걷고 있었다. 살살 따라갔다. 젊은이들이 왼쪽으로 꺽어 들어 가는 것을 보고 따라 갔다. 대학 교정이었다. North Arizona University. 운동선수들이 경기를 치루기 위해 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들을 따라 걸었다. 운동경기하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거라 내심 기대하며 따라갔다. 무슨 종목인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사진을 찍다가 그만 놓치고 말았다. 교정을 이곳 저곳 발길 닿는대로 걸어 다녔다. 언제나 대학 교정을 걷다보면 마음이 신선해진다. 한국에 가서도 모교에 올라가 분주하게 걸어다니는 젊은이들을 보며 반나절쯤 돌아다니다 오곤 했다. 이 학교는 깨끗하고 건물들이 아주 잘 생겨 보기에도 좋았다. 수영장, 오늘 경기가 벌어질 곳이라고 생각되었다.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고 경기 준비가 한창이었다. 아까 호텔에서 나와 내 앞에 걷던 젊음이들이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으나 아들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짐을 싸서 나왔다. 오늘은 아침을 주지 않는 곳 이라 아침먹을 곳을 찾아야 했다. 자동차 유리를 닦고 있는데 아들이 나왔다. 짐을 싣고 아침을 먹으로 갔다.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로 갔다. 아들은 싫다고 했지만 대충 먹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아침을 푸짐하게 먹고 출발. 40분만 가면 세도나이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차가 멈춰서서 가지 못하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다. 플래그스텝에서 세도나까지 공사 구간이 많았다. 특히 사진 속의 이구간 에서는 거의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세도나에서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아들은 피닉스로 빨리 가기를 원했다. 아들은 2004년 7살에 왔다 갔지 만 전혀 기억에는 없는 듯 했다. 나도 이 번이 세 번째이기에 굳이 더 보기를 원하지 않았다. 마침 에어컨 님이 전화했다. 오늘 6시에 가게 문을 닫으니까 6시 이후에 오면 괜찮을 것 같다고. 7시 전후에 댁으로 가는 걸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피닉스로 향했다. 피닉스에서 한식을 먹기로 했다. 한식집을 찾으 니 몇 군데가 나온다. 코리안 바베큐라고 되어 있는 업소를 찾았다. 주소는 맞는데 가게 이름이 달랐다. '가향'이라는 집이었다. 가게 안에 들어가니 음침하고 냄새가 나는 것이 별로 였지만 일단 화장실을 사용 하고 나왔다. 아들이 여긴 아니라며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다. 본의 아니게 용변만 보고 나왔다. 마침 그집 옆에 어촌이라는 일식집이 있었다. 넓은 홀에 손님은 없었다. 시계를 보니 3시 가까이 되었다. 점심 시간이 아니니까 그러려니 했다. 아들은 지라시를 시켰다. 나는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데 웨이트리스 아주머니가 이집 짬뽕이 맛있다며 짬뽕을 먹으라고 했다. 아니 일식집에 왠 짬뽕? 아무튼 난 시키는대로 짬뽕을 시켰다.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가관이다. 웨이트리스가 요리하는 이에게 지라시를 어떻게 만드는지 설명하고 있었다. ㅎㅎㅎㅎ. 지라시는 밥위에다 회를 얹는 거라며. 즉시 웨이트리스를 불렀다. 무슨 일이 있는가? 어떻게 일식집 주방에다 되고 지라시를 어떻게 만드는지 설명하는가? 요리사가 갑자기 병원에 실려가는 바람에 임시로 이 가게 사장님 사모님이 준비하게 되었다 고. ㅎㅎㅎㅎ. 웃기는 빤스다. 그러자 아들이 스시 몇개와 치킨 데리야끼를 먹겠다고 했다. 나는 그대로 짬뽕. 먹고 나오면서 아들왈 자기가 여태까지 먹은 스시 중에서 제일 맛없다고. 어떻게 그걸 파느냐고? 식사를 마치자 주인 아주머니가 그린티 아이스크림을 서비스라며 주었다. 맛있게 먹었다. 에어컨님 댁까지 가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아들은 야구 구경을 하자고 했다. 마침 경기가 있었다. 시카고와 피닉스의 경기. 야구 경기 관람을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야구장으로 향했다. 경기가 시작되려면 많은 시간이 남았고 입장을 시키지 않고 있었다. 야구장 바로 앞의 맥주집에서 맥주를 두 잔 시켜 아들과 나눠 먹었다. 아들은 아직 21세가 되지 않아 공식적으로 시킬 수가 없다. 법적 으로는 먹을 수도 없다. 아빠가 시켜 녀석이 더 많이 마셨다. 5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우리도 입장한다. 경기 시작 전에 팬서비스 차원에서 던져주는 볼을 아들이 잡았다. 아들이 방학중임에도 집에 안 가고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ASU에 다니는 고교 동창과 통화하더니 친구가 야구장으로 픽업하러 온다며 친구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나도 아들 따라서 일어났다. 아들에게 10시 전에 들어오라고 했으나 아들은 12시까지 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11시로 합의 했다. 그리고 에어컨님 댁으로 갔다. 아들은 친구집으로. 에어컨님은 인사도 하기 전에 부엌으로 달려가 음식을 하기 시작했다. 우린 음식을 만들며 마시며 실컷 떠들었다. 좋은 친구란 이런 거다. 잠깐 마셨는데 소주가 세 병, 맥주 다섯 병쯤 비어 있었다. ㅎㅎㅎㅎ. 아들은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녀석이 전화를 받지 않아 무전을 쳤다. 텍스트가 왔다. 아빠 오늘 친구집에서 자도 괜찮아? 녀석도 취했나 보다. 다음날 얘기 들어보니 남자 6명과 여자 3명이 맥주 66캔, 와인 세 병을 마셨단다. 미친 놈들. 사모님은 캘리포니아에서 일하고 혼자 큰 집살이 하느라고 고생이 많으신 에어컨님. 손님 대접을 위해 고생이 많았다. 땡큐 소우 마치! 배불리 먹고 오랜만에 샤워다운 샤워를 했다. 쇼프트 워터. 그리고 골아 떨어졌다. 아들 걱정은 전혀 되지 않았다. ㅎㅎㅎㅎ. 이제 내일 저녁에는 집에서 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