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친구에게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어떻게 변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가끔은 이렇게 저렇게 그려 보기도 하네.
나 역시 하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네.
자네는 십오육년 전부터 흰 머리카락이 많이 생긴다고 투덜거리곤 했었지.
우리가 헤어진지도 벌써 11년하고도 8, 9개월 정도 되었다고 생각하네.
나를 찾아와 함께 한강다리를 걸으며 몹시 추워했었지.
자동차를 두고 왜 걸었었는지 그 이유는 잊었지만 몹시 다투었었지.
그때는 함께 걸어야 할 그 어떤 이유도 없었는데.....
우린 사실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정말 많이 걸었었다.
1973년 7월에 만나 1993년 2월에 마지막 보았던 것으로 기억하네만....
처음, 우리가 만났던 목포의 작은 여인숙 기억하는가?
종수와 내가 제주도로 갈 것인가, 홍도로 갈 것인지를 놓고 싸우며
하루 밤을 묵어 가기 위해 찾아 들어간 여인숙에
자네는 자네 동생과 함께 펌푸질을 하며 씻고 있었지.
다음 날 아침, 배를 타러 가면서도 종수는 홍도로 가기를 원했고
나는 제주도를 가자고 하였다.
그때 만난 자네들은 홍도로 간다고 하였지.
두말 할 것도 없이 우리도 홍도행 표를 끊고 있었네.
홍도에서 아래 위에 텐트를 치고 그 바람부는 홍도의
밤을 지냈지. 그날 밤 자네가 불렀던 Yesterday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만큼이나
내 가슴 속에 쏟아져 들어왔었지.
열차에서 헤어지며 그냥 물어보는 내게 무심코 불러준 전화번호 98-0594는
내 평생 잊지 못하고 있네. 후에 국이 988로 바뀌었던가?
얼마나 많이도 다이알을 돌려댔는지 넌 기억하고 있을거다.
네살이나 많으면서도 늘 친한 친구로 대해 주었기에 우린 나이차를 느끼지 않고
좋은 친구로 오랜 만남을 갖을 수 있었지.
벌써 우리가 처음 만났던 것이 31년하고 4개월을 지나고 있구나.
그러니까 우리가 함께 했던 기간이 20년 5,6개월
만나고 헤어지는 것들이 별 일이 아님에도 그 만남과 헤어짐에 큰 의미들을
부여하는 우리들이 아니었던가?
이제는 헤어져 서로를 만날 일이 없기에 또 다시 헤어질 일도 없지만
가끔은 우리 둘이 만들고 쌓아 놓았던 수 많은 시간들이 그리워지는구만.
우리 큰 아들이 작년 1월에 결혼을 했고 이번에 둘째가 오늘 12월 11일 이곳
미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12월 19일(일)에는 한국에서 또 결혼식을 한다네.
사돈 어른이 한국에 계시는 분이라 한국에서 하기를 원해 결혼식을 두번 하게
되었네. 자네도 시간이 된다면 우리 딸 아이 결혼식에 참석해서 축하해 주면
좋겠네. 물론 나는 신경쓰지 말게나. 못 본척하고 가면 되지 않겠나?
어데서 무얼 하고 사는지 정말 궁굼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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