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우중에 운전하여 산호세에 처가집에 갔다가
1월 2일 우중에 다시 돌아온 것은 이미 앞에서 얘기했고
오늘은 우리 장모님 얘기 좀 해볼까 한다.
여러분들도 앞의 얘기들 속에 나왔던 장모님이 주신 하얀 봉투에 관해서
많이들 궁굼하셨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궁굼하였으나 아내가 얘기하기 전에 묻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기다렸는데...
그 봉투의 사연을 들어보면 장모님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부터 17년전 쯤에 처가 식구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는데
당시 가계의 빚이 한 500만원쯤 되었나보다.
이 빚을 작은 딸(내 아내)에게 갚으라고 했던 모양이다.
당시로서는 제법 큰 돈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를 아내가 갚았고 17년이 지난 이번 연휴에
친정에 다니러 온 딸에게 돌려 주었다는 얘기다.
그 하얀 봉투에는 5,000달러가 들어있었고
장모님께서는 17년만에 딸에게 진 빚을 갚게되었다고
속이 후련하다고 하셨단다.
아,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면서 남들에게 얻은 돈을 꼭 갚으려고 노력했으나
다 갚지 못하자 딸에게 까지 갚도록하고는
이를 또 17년이 지난 다음에 돌려주었다는 이 단순한 이야기가 나를 감동시켰다.
지금 당장 딸네 식구(내 가족)들이 어려운 형편도 아니고 그냥 저냥 살만 한데....
당신이 힘들게 모은 돈을....
아무튼 당신이 돌아가신 후의 장례 비용으로 쓰라고
1만불을 남겨 놓고 돌아가신 장인 어른이나
17년전에 딸에게 진 빚을 오늘에 갚으신 장모님이나
두분다 진정한 개성 사람들의 정신을
갖고 사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성 상인의 정신이라고도 얘기되어지는 근면하고 성실하며
남에게 진 신세를 잊지 않고 갚는 그 정신을 두 분께서도 보여주고 계시다.
아직도 처가에 갔다 올 때면
우리는 김치를 한독 담아 온다.
우리 식구들이 오기 전에 김치를 담가 두었다가
우리가 가져간 커다란 통에다 몇 통씩 담아 차에 실는다.
아내가 김치를 담그지 못(안)하는 주 원인인데...
한동안 사다가 먹었는데-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처가집 다녀 온지가 오래되면
사다 먹는다.
뭔가 잘못 된 것 같은데,
그리고 장모님이 담근 김치는 하얗다.
사위가 맵고 짠 음식을 싫어 한다고 절대로 맵거나 짜게 담그시는 법이 없다.
장모님!
오래 오래 사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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