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旅行
태고종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
선암사 운수암 가는 길
仙巖寺 雲水庵
겨울 해질녘 인적 없는 선암사
계곡 가삼 자락에 묻은 잡념 떨치듯 홀로 걷는 나그네
스산한 골짜기 있는 것이라곤 물소리
바람소리뿐이던데 잰걸음 걷는다고 반기실 님이 뉘 신고
때마침 선암사
법고소리 두두둥 두두둥 한참이나 신이 난다
북 소리 그치고 깨어보니 물도 바람도 멈추고 나도 그
자리에 없구나 선암사에 나 없으니 반기실 님 있다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 ...
愚山 김 세영 <선암사 법고
소리>...
선암사 운수암(雲水庵)은 지명 스님과 학인스님들이 기거하고 있는 비구니
암자다. 선암사의 이름에 가려 오히려 찾는 이들이 드물다. 선암사 차 밭뒤로 난 길을 따라 해칠하며 쉬엄쉬엄 걸어도 10분이면
닿을 가까운 거리인데도 여기까지 찾아드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인적 드문 이 곳 마당에 올해도 어김없이
개복숭아나무와 왕버꽃 나무는 가지 휘어지도록 많은 꽃을 피웠다. 그 고운 꽃잎 보며 봄날 지명스님은 <아이고
아까워라>는 탄성을 몇 번이고 내지르곤 했다. 좋은 것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같이 나누고픈 마음 때문이다. 어쩌면 그
마음으로 된장을 만들고 간장을 만드는지 모른다. 지난해만 해도 콩 10가마니나 장을 담그었다. 찾는 사람들이 있고, 맛있게
먹어주는 이들이 있어 반갑다 하신다. 요사채 옆에 장독들이 나란하고 정결하다. 지명스님은 장 만드는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운수암에 오면서부터다. 이곳에서 지낸 4년 간의 생활을 스님은 한마디로 표현한다. <농사꾼 다
됐지요.> 거칠고 두툼한 손은 농사꾼의 손이다. 암자 주변의 밭들을 다 일궈냈다.
<불가엔 일일부작
일일부식이란 말도 있고 선농일치란 말도 있지요. 조계산 자락의 밭들은 수행터 삼아 마음밭을 일구듯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땅에 가까워지면서부터 관할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자연이 주는 무궁무진한 은혜에 눈뜨는
나날입니다. 기르는 일의 경이로움, 생명의 소중함,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일의 중함을 몸으로 느껴 알게 된 거지요.>
스님은 농사를 지으며 이 좋은 자연으로 사람들을 섬기는 방법을 생각했다. 장을 만들고 온갖 음식들을 만들게 된
연유이기도 할 것이다.
<예로부터 된장에 오덕이 있다 했습니다. 다른 맛이 섞여도 제 맛을 잃지 않아
단심(丹心) 오래 두어도 변질되지 않아 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없애주므로 불심(佛心), 매운 맛을 부드럽게 해주므로
선심(善心), 어떤 음식과도 잘 조화되므로 화심(和心)이라 했지요. 그러고 보면 사람이 쫓을 아름다운 덕들이 된장 속에 이미 다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된장을 만들고 먹으며 그 뜻만 알아차려도 얼마나 복된 일이겠습니까.>
그 덕을
갖추기까지 된장에 무수한 손길과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듯 사람이 덕을 향해 가는 길도 매한가지라는 게 지명스님의
생각이다.
...<숨은 남도 여행>중에서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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