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M의 안수집사 임직식에 다녀왔다. M은 부모님이 천주교 신자라 어려서부터 성당에 다니던 친구다. 우리는 중학교 시절 크리스마스 파티를 우리집에서 하다가도 4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성당까지 가서 자정 미사를 보고 오기도 했었다. 미국으로 이주해 온 초기에는 나와 함께 성토마스 한인천주교회의 한국학교에서 봉사하기도 했으나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분을 만나 결혼을 하면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고 드디어 안수집사 임직을 받게 되었다.
M의 임직식이 열리는 교회는 다른 친구 K가 장로로 봉직하고 있으며 나도 이민 초기 K를 따라 서너 달 그 교회에 다녔었다.
아름다운 꽃가지들로 장식된 열여덟 송이 진붉은 색 장미꽃 다발을 들고 교회를 찾아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 교회는 찾아 갈 때 마다 헤맨다. 이민 초기 서너 달을 다녔는데도 길이 익숙치 않다. 그날도 꽃가게에서 꽃을 픽업해 가면서 잠시 헤맸다. 차에 장착된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음에도 깜빡했다. 대충 길을 알 길에 잠시 짐작으로 가다가 리턴하라는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듣고 돌아야 했다.
그 까닭을 알았다. 그 교회 길이 북쪽 큰 길에서 남쪽으로 오면서 구부정하게 길이 되어 수평으로 가던 오른쪽 큰 길과 만나기 때문이었다. 다음부터는 헤매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장담은 못하겠다. 이 교회를 갈 때마다 헤매다 길을 찾고 나서는 다음에는 헤매지 않겠지 했으나 갈 때마다 헤매니 말이다.
30분 쯤 일찍 교회에 도착해서 친구들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잠시후 K의 부인이 왔다. K의 부인은 권사다. 교회 어딘가에 있을 거라면서 K에게 전화를 걸었다. K는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교회에서 산다고 했다. 잠시 후 K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이제 막 당회가 끝났다고 했다. 그리고 곧 안수집사가 될 M도 부인과 함께 왔다.
임직식을 시작하기 전에 기타와 오르간 소리에 맞춰 신나는 찬양이 이어졌다. 박수를 치기도 하고 일어서기도 하고 찬양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목사님의 기도로 임직식은 시작되었다. 안수집사 세 사람과 권사 네 사람이 임직하는 날이었다.
안수집사가 되는 M은 트레일러 운전기사이다. 장거리를 다니기 때문에 때로는 열흘, 길게는 보름씩 미대륙의 끝에서 끝으로 종단과 횡단을 일삼는 직업이다. 그날도 임직식에 참석하기 위해 1,300마일을 하루 동안 운전했다. 오는 도중에 아무래도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고 목사님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냥 편하게 운전하고 오십시오.” 했는데 정말 힘 하나도 안 들이고 피곤할 줄 모르고 왔다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도우심이라고 생각하라고 얘기하는 듯 했다.
임직식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으로 목사님의 기도가 있었다. 기도를 마치고 목사님이 M의 이름을 부르면서 특별히 다짐을 받아야겠다면서 말했다. 일요 예배에 빠지지 않게 장거리를 그만 하고 단거리를 하도록 회사를 옮기라고. 그리고 수요일과 금요일 새벽 예배에도 나오라고. 매일 새벽 예배에 나오라고는 하지 않겠다면서 수요일과 금요일은 나오라고. 그리고 성경 공부에도 꼭 참석하라고.
친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목사님을 쳐다 보았다. 목사님은 대답하라고 강요했다. 친구는 계속 웃고만 있었다. 뭐라고 말하는 듯 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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