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새소리에 잠이 깼다. 맑고 투명하다. 어제 친구의 목소리도 저렇게 청명하게 들렸다. 친구는 대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목소리만큼은 예전과 다름없이 쾌활했다. 친구는 치료를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 싸움의 첫째는 잘 먹는 것이고 둘째는 잘 자는 것인데, 자신은 먹는 것과의 싸움은 그런대로 잘 견디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잠을 못 잔다고 했다. 하루에 한두 시간도 잘까 말까하다는 것이다. 건강한 친구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키가 크고 체격도 컸다. 교실 맨 뒤에 앉아 있었다. 급우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고 별로 말이 없었다. 워낙 덩치가 커서 함부로 다가가서 뭐라고 말붙이기도 힘들었다. 그맘때는 무엇이든지 크기로 가늠하지 않았던가. 6학년 때 한 반이었던 것 말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