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일시; 2006년 10월 8일(일) 오전 6시 30분 ~ 오후 6시 10분
산행 목적: Mt. San Gorgonio 등정
산행 코스: Vivian Creek Trail
(Vivian Creek-Half Way Camp-High Creek Camp-San Gorgonio Peak)
지난 3주간 뜸들였던 Mt. San Gorgonio의 정상에 섰다.
9월 24일: South Fork Trail로 Lost Creek까지 가족들과 다녀왔고
10월 1일: South Fork Trail로 Dollar Lake까지 혼자 다녀왔다.
드디어 오늘 11,499피트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
백두산보다 훨씬(?) 높은 산이다.
어제 밤에 식구들과 모여 와인 두어 잔하고 인삼주 한 잔을 하고
저녁 늦게까지 먹고 놀았으나 다음 날 산행을 위해 여러모로 조심을 했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아침에 눈을 뜨니 4시, 샤워하고 화장실에서 기도하고
짐을 싸고 집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4시 40분
어느 길을 택할까 망설이다가 이번에는 90번 Imperial Highway를 택했다.
이른 새벽이라 그렇게 차량이 많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4시 58분 91번 Free Way 동쪽 방향을 탔다.
가다가 5시 15분경 온도를 보니 바깥 기온이 51도 다.
제법 쌀살한 날씨다.
9월 24일 산행을 위해 친구와 만났던 마켓 앞을 지나며 시계를 보니 5시 32분.
38번 도로를 타고 올라 가다가
Ranger Station에 들려 Visitor's Permit을 작성해서 한 부는 통에 넣고 한 부를 챙겼다.
올 때마다 Vivian Creek Trail의 Permit이 없었는데 오늘은 있었다.
만일에 없을 것에 대비해 인터넷에서 Form을 다운 받아
두 부를 만들어 왔는데(한 부는 내가 갖고 한 부는 통속에 넣으려고),
다시 38번 북쪽 방향을 타고 가다가 Valley of the Falls 길로 바꿔 타고 끝까지 가니
주차장이 나왔다. 6시 20분, 기온은 41도
제법 한기를 느낄 정도다. 주변이 제법 어둡다.
Head Lamp를 착용하고 자동차 안에서
아침 밥을 먹었다. 아내가 먹기 좋게 끼니 별로 봉투에 넣었다.
봉투마다 밥 한 봉지, 젓가락 1개, 과일 1봉지(배 세 조각), 약과 1개를 넣고
오이 소백이 1통, 김, 호박 전, 동그랑 땡은 각각의 반찬 통에서 꺼내 먹도록 해놨다.
이렇게 세 끼 분의 식량을 준비했다. 본래 2끼면 되는데 혹시나 해서 1끼분을 더 준비했다.
그리고 커다란 쪼코렛 2개는 늘 내 배낭에 있다.
쟈켓을 걸치고 Head Lamp를 머리에 착용하고 화장실에 소변을 봤다.
6시 30분,
아직도 주위는 어둠이 깔려 있다. 서서히 걷히고는 있지만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자동차 문이 잘 잠겄나 다시 한번 확인하고 주차장을 빠져 나와 산길로 접어
들었다. 몇발자국 걷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걸어 온다.
어데까지 가냐고 물으니 정상까지 오를 에정이란다.
경험이 있냐니까 3년 전에 왔었단다.
오, That's great.
서로 인사를 나눴다. 그의 이름은 Chris,
산행이 끝난 후 받은 그의 명함의 First Name은 Christopher였다.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는 커다란 하천을 건너야 한다. 오른편에서 왼쪽으로
해가 솓으며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
해를 향해서 걸어야 한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앞에 잘 가고 있는 크리스를 불러 한 컷.
자기는 척추 수술을 해서 오르막을 잘 걷지 못한단다.
그러니 나보고 앞장 서라고 했다.
나는 한국에서 보이스카우트 대장을 하면서 늘 뒤에 서던 버릇이 있어 앞에 못 서니까
앞에서 계속 가라고 했다.
Chris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비교적 잘 걷는 편이다.
단, 빠르게 걷다가 천천히 걷다가를 반복하는데
이는 걸으며 쉬는 내 스타일과 같다.
나 역시 잘 쉬지 않는 대신에 속도로 조절하는 편이다.
크리스는 쉴 때도 배낭을 내려 놓지 않고 배낭을 맨 채 서서 쉬곤 했다.
누워 있는 나무의 끝에 시냇물이 흐른다.
올라 가는 동안 줄곳 이렇게 시냇물이 오른 쪽에서 계속 흐르고 있다.
Vivian Creek Trail이라는 Trail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이 많은 편이다.
호젓하게 텐트하나 쳐 있다.
본래 정상까지는 하루에 어려운 코스다.
오후에 집에서 나와 여기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정상 정복을 하는 것이 여러가지로 좋을 듯 싶다.
마일로는 왕복 17.2마일 이니까 가능할 성도 싶은데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 전체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하산할 때도 내리막이라고 좋아만 할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경사가 심해서 쉽게 내려 갈 수 있도록 되어진 코스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길은 뚜렷하게 잘 나있는 편이다.
이렇게 경사가 심한 산이다 보니까 구불구불 산 허리를 돌려 길을 내놨는데
그래도 만만치 않다.
크리스의 전면 모습이다.
본래 자신은 무지무지한 뚱뚱이였단다.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하고 생활 습관이 불규칙해서 체중이 심하게 나갔다고 한다.
그런데 한 석달 동안 20파운드를 뺐단다. 산행과 체육관에서 운동해서
그래도 아직 우아하게 뱃살이 제법 자리잡고 있다.
크리스는 내 몸의 Shape가 아주 좋다고 하면서 나를 부러워했다.
보이지 않는 내 뱃살을 그대는 아직 모르시는가?
나보다 다섯 살이 아래라는데 나보다 형 같다.
Half Way Camp 8시 40분 도착
길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면 Half Way 야영장이 있다.
가족들 몇 팀이 왔는지 아침을 준비하면서 커다란 소리로
떠들고들 있었다. 특히 한 아주머니의 웃음 소리는 아주 귀에 거슬렸다.
조용한 산 전체를 울리는 서양 아줌마 특유의 듣기 싫은 웃음 소리,
산에서는 조그맣게 얘기해야 한다. 가능한한
웃음소리도 가능한 한 작게
뭐가 그리 재밌는지 계속 웃는다. 까를르르르ㅡㅡㅡ 까르르르르르르ㅡ
이 정도의 소리면 괜찮은데 그 크기와 방정맞음은 표현할 길이 없다.
한 동안 오른 쪽에 저 돌산을 바라보며 걸어야 했다.
물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이렇게 보인다.
우리가 온 길이다.
사진 중앙 위쪽의 하얀 부분이 우리가 자동차로 들어온 길이다.
이 산을 구비구비 돌아 간다
High Creek Camp 200야드 전방도착: 10시 20분
이 지역이 평지라 여기서 야영을 많이 했나보다.
그런데 시냇물이 너무 가까와 이곳에서
야영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물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물에서 200야드 이상 떨어진 곳에 야영하도록 한다.
11시 25분 Saddle에 도착
이쯤 오면 10,000피트 이상 오른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호흡을 깊게 마시고 천천히 내쉬며
정신을 차려 움직였다.
만에 하나라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왼쪽을 이렇게 바라보며 한 동안 걷는다
1시 10분 눈 발이 날린다. 커다란 눈덩어리는 아닌데 하나 둘 내린다.
잠깐 내린 눈이 쌓여 있다.
눈이 내릴 정도면 이곳 기온은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산행 시작할 때 꼈던 실장갑을 한 동안 벗고 걸었는데 이미
오래 전에 다시 꼈다. 손이 시러워서, 물론 쟈켓도 걸쳤다.
크리스는 털모자까지 뒤집어 썼다.
정상이다. 남가주(Southern California)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해발 11,499피트
드디어 정상에 섰다. 6시 40분쯤 시작한 산행, 1시 30분 도착했다.
6시간 50분, 느린 편이라고 생각한다. 8.6마일을 아무리 오르막이라고 해도
너무 많이 걸린 듯 싶은데
아무튼
정상을 1.5마일 정도 남겨 놓고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던 것 같다.
경사가 심한데다 고도까지 높아
들은 풍월은 있고 하니 조심스러워 질 수 밖에 없었다.
크리스가 나보고 앞에 가라고 해서 앞에 가다가 너무 힘이 들어
크리스를 기다렸다가 함께 걸었다.
정상 앞에 서서 크리스는 내가 먼저 오를 것을 권했다.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난 당연히 양보했다. 네가 먼저 올라 가라고
결국 크리스가 앞에 섰다. 정상에는 한 쌍의 젊은 커플이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아주 마른 두 젊은이들은 보기에 좋았다.
밥을 다 먹고 내려 가려 할때 사진을 한 장 부탁했다.
정상에 있는 박스
박스를 열면 캔 두개와 잡지책, 볼펜 등이 있고 방명록이 있다.
방명록은 내가 들고 있어 사진에 잡히지 않았다.
캔은 누군가가 두고 간 듯 싶다. 혹시 배고픈 이들을 위해
준비해 온 점심을 먹었다.
크리스는 샌드위치와 작은 과일들(사과, 배, 자두 등등)
나는 밥, 오이 소백이, 김, 동그랑 땡, 생선 전,
배 세조각, 약과
소백이 냄새가 좋지 않을 듯 싶어
크리스와 약간 떨어져 앉으며 네가 이 냄새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
여기 앉는다고 했더니
자기도 한국 레스트랑에 가서 갈비를 먹은 적이 있다면서
김치도 안다고 했다.
자기 걸푸렌드가 중국인인데 중국 음식도 잘 먹는다면서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난 내가 앉은 자리에서 먹었다. 약간 비스듬하게 크리스와 등지고..
손이 시렵고 빰이 시리다.
더운 물이 먹고 싶은데 찬물 뿐이다.
크리스는 다른 날보다 바람이 심하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하산을 서둘렀다. 1시 50분
하산 길이 쉬울거라고 예상한 내 생각은 빗나갔다.
크리스는 내려 갈 때와 올라 올 때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무지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마 해지기 전에 주차장에 도착하려는 생각에서 였으리라.
나는 거의 뛰어야 했다.
크리스는 히말라야 트레일에도 3주간 다녀왔고-베이스 캠프까지 올라갔다 왔다고 했다.
잉카 유적지 트레일에도 참가하고 왔다고 한다.
나보다 고수면서 꽤나 겸손하다.
3시 50분 High Creek Camp 도착
4시 43분 Half Way Camp 도착
정신없이 아무 생각없이 서둘러 내려가다 보니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하고 양쪽 엄지발가락의 발톱이 무지무지하게 아프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너무 아프다.
그렇다고 속도를 줄일 수도 없고...
통증까지도 즐기며 걸었다. 까짓 것 심하면 발톱을 뽑기 밖에 더 하겠는가?
전에 그렇게 해서 뺀 적도 있고,
크리스가 2.5마일이 남았다고 해서
우리는 50분 안에 도착할 거라고 했다. 크리스는 너 혼자라면 그럴 수 있지만
자기는 안된단다.
무릎이 몹시 아파 속도를 줄여야겠단다.
아, 잘됬다. 나도 아픈데
너무 빠르게 걷더라니....
결국 주차장에 도착하니 6시 10분,
5시간 20분 소요,
서로 명함을 교환하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함께 하자고 하였다.
6시 20분 출발
주차장에서 운전하고 내려오는데 해가 지고 있었다.
아침에도 정면에서 해를 보고 올라갔는데
가는 길에도 정면에 있다.
그 사이에 해가 서쪽으로 와 버렸던 것이다.
Valley of the Falls 길과 38번이 만나는 지점에서
(38번으로 바꿔 타자마자 길 가에 차를 세우고 차안에서 그냥 찍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하는데 통화가 안된다.
하루 종일 전화기를 사진기로 사용한 탓인가 보다.
전화기가 사진기인 줄로 착각하고 있나보다.
사진기에 밧테리를 갖고 오지 않아 꿩대신 닭이라고
전화기를 사진기로 썼으니까...
38번에서 10번으로 바꿔 타고 얼마를 가니까
전화가 터진다.
걱정하고 있을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12시간 만에 도착했노라고..
아내는 왜 그렇게 무리를 하냐면서 어서 오란다.
자동차 행렬이 제법 길다.
아침에 1시간 남짓 걸렸던 그 길을 두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했다.
집에 도착하니 8시가 다 됐다.
아내가 준비한 미역국-어제 먹다 남은 것-에 밥을 아주 조끔 말아 먹었다.
다른 반찬없이...
그리고 씻고는 그냥 침실로
다음날(10월 9일/월) 일어나 보니 아내가 내 옆에 없다.
딸 아이 방에 가보니 거기 자고 있었다.
내가 코를 심하게 골았는가 물어보니
고단하게 자는데 옆에서 꼼지락거리면 방해될 것 같아
아예 딸아이 방에서 잤단다.
아이고 팔, 다리, 어깨, 허리야
즐거운 산행이었다.
다음 주는 가볍게 올라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