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은 몸이라 좀 거시기 하지만 웃도리만 내놓고....
친구와 미루다 미루다 억지로 약속을 한 것이 구정인 줄 몰랐다.
토요일 한글 학교 끝나고 성당 주차장에서 아이들 픽업하고 차안에서 기다렸다.
1시에 만나기로 한 친구가 1시 50분이나 되어 나타났다.
물론 중간에 늦는다는 전화는 계속해줬다.
친구네 아이들-친구도 늦게 아이를 낳아 11살, 8살 짜리 아들 둘-은 교회 대항 체육대회에
대표 선수로 뽑혔는데 오늘 연습에 빠지면 안된다고 해서 교회에 갔다가 오늘 밤에나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2시경에 출발하여 91번을 타고 가는데 와 무지무지하게 막힌다.
15번 사우즈(샌디에고 방면)를 탈 때가지 거의 1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노즈를 타면 라스베가스까지 간다.
15번을 타고는 잘 갔다. 그러나 79번으로 갈아타고 얼마가지 않아
차가 움직이질 않는다.
기다리다 지친 앞차의 친구가 앞으로 가서 알아보니
교통사고로 2명이 즉사하였고 부상자들은 헬기로 수송했다고 한다.
몇 시간 동안 교통이 통제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오던 길로 되돌아 나와
우회하여 산길로 달려 갔다.
도착하니 6시가 다됐다.
2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4시간만에 도착,
'워너스 스프링 리조트'
207호, 208호
침대가 세개다.
아이 둘이 서로 좋은 침대에서 자겠다고 하여 가위 바위 보로 정했다.
아들이 이겨 구석의 좋은-지 생각에- 침대 차지
나도 혼자 자고 딸은 엄마와
자리 배정 끝내고 옆 방으로
친구가 고추장찌개를 맛있게 끓인다.
감자와 고기를 볶다가 물과 고추장 풀어 넣고 한참 끓인 후
호박, 양파, 파, 마늘 다진 것, 버섯 등을 넣고 또 끓인다.
제법 냄새가 근사하다.
밥은 전기 밥솥에 안쳤고
친구가 다 준비한다고 해서
우린 와인 2병(백, 적), 소주 5병, 김치, 김 만 준비해 갔다.
고기를 굽고 김치에 찌개에
와인 2병 비우고 소주로 옮겨 가려는데
우리 아들 수영복 입고 난리다.
수영장가자고
밥 배불리 먹고
수영장으로
커다란 유황 온천 물 수영장에서는 김이 펄펄 나고 사람도 제법 있다.
한국 사람들이 절반 정도는 되지 않나 싶다.
한국 사람들이 워낙 온천을 좋아하니까
같은 사이즈의 찬물 수영장은 그냥 쉬고 있다.
우리 식구들은 찬물과 온천물을 왔다갔다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찬물에 수영하다가 더운 물에 수영해봐라. 신난다.
해 본 사람만 안다.
찬물에 언 몸이 더운 물에 들어와 사알살 녹는 기분.
아, 좋다.
신나게 놀다가 돌아와 침대에 잠시 누웠다가 그냥 잠이 들었다.
아침에 아내가
친구가 술상 다 차려 놓고 부르러 왔는데 내가 잠들었다고 했단다.
코도 심하게 골아서 딸네미가 잠을 잘 못잔다고 아침에 한마디 했다.
꽤나 고단했던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6시, 다시 수영장으로
아들보고 같이 가자니까 싫단다. 혼자...
이른 아침인데도 한국사람들이 대여섯명 나와 있었다.
혼자 신나게 놀았다.
숙소로 돌아오니 아침 먹으러 가잔다.
리조트 앞의 골프코스 식당으로
아침을 배불리 먹고 우리는 출발, 아들 농구경기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친구네는 어제밤 늦게 아이들이 와서
오늘 좀 더 놀다가 오겠다고 하였다.
9시경 출발
집에 도착하니 11시.
쉬다가 체육관으로
역시 우리 아들이 제일 잘한다.
키가 제일 작은 놈이 3점 슛도 하나 성공시켰다.
민첩하고 상대방의 볼을 잘도 빼간다.
드리볼은 또 얼마나 잘하는지...
19대 11로 이겼다.
지금까지 4번 경기를 했는데 모두 이겼다.
코치가 경기후에 체육관 앞 잔디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팀이 제일 키가 작다.(그 중에서도 우리 아들이 제일 작다)
때문에 우리가 제일 빠르고 수비도 잘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이긴다."
그런데 농구 경기는 일단 키가 크고 봐야겠다.
오늘 경기에서 상대방의 꽤 크고 뚱뚱한 아이는
골대 앞에 그냥 서있는다.
그래서 골만 잡으면 바로 골에 넣는 것이 그아이의 역할이다. 2골 정도 넣은 것으로 기억된다.
아직 어려서 그렇지 조금 더 커지면
한 몫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일단 작으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가 와 있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아들네 딸네 식구들은 돌아가고
나는 골프 연습장으로...
300개 치고나니 해가 지고 있다.
친구 내외도 와서 연습하고 있었다.
끝나고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잠시 얘기나누고 집으로
저녁식사 후에 전자오락 게임 참피온 전을 하기로 했다.
4위가 설겆이, 3위가 응접실 청소, 2위가 문단속 하기로 하고
대진표를 짜기 위해 역시 가위바위보.
아들과 딸의 승자와 아내와 내가 경기해서 이긴 사람이 결승에서,
양쪽의 패자들끼리 3, 4위 전을 하기로
그런데 아들이 배가 너무 불러 게임을 하기 싫단다. 내 생각에는 누나에게 질 것같으니까
포기한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내가 아들 대신 하기로
경기결과 아내에게는 이기고 딸에게는 졌다.
딸이 참피온, 내가 2위, 아들 대신 한 내가 3위, 아내가 4위
아내는 늘, 하던 대로 설겆이
난 늘 하던대로 응접실 정리-하는 둥 마는 둥-
아이들을 침실로 보내 놓고
아내와 다시 게임
내가 4번을 계속 이겼는데도 아내는 날 이길 수 있단다.
결국 서너번에 한 번씩은 아내가 이기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11시 30분까지 계속하다가
손이 아프고 어깨가 아프고 졸립고해서 침실로 향했다.
침실로 가면서 아들이 한 말이 맘에 걸린다.
우리보고 게임 오래 하지 말래면서
아빠, 엄마는 밤새도록 게임만 하냐고 중얼거리며 올라가던
8살짜리 우리 아들,
아, 괴롭다. 정말, 진작에 올라가 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