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6일(목)
평상시와 다름없는 출근길이었다. Dale St.과 Commonwealth Ave.와 만나는 사거리, Dale 선상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가 Green으로 바뀌었다. 혹시 오는 차가 없는가 정면과 좌우를 살펴 보았다. 정면에서 오는 차는 없었다. 오른 편 3번 째 차선에 한 대가 서서 신호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편안하게 좌회전을 하려고 천천히 앞으로 나가는데 왼쪽에서 붉은 색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거의 70~80마일 속도라고 생각되었다. 아, 오늘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가속 패달을 세게 밟았다. 그리고 굉음이 나면서 온몸이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차를 Commonwealth Ave.에 세우고 순간적으로 경찰을 불러야겠다고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무조건 911을 눌렀다.
911에 전화를 걸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한 사람이 운전석 쪽으로 왔다. 그가 뭐라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문을 열려고 했으나 문을 열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조수석 쪽으로 와서 문을 열었다. 그 사람은 자기가 목격자라고 했다. 셔츠바람이었는데 팔뚝은 온통 문신 투성이였다. 911에게 내가 있는 위치를 얘기하는데 내 발음이 잘못되었는지 자기가 큰소리로 911에 위치를 설명했다. 전화기는 내가 들고 있었으나 그의 소리도 들렸을 걸로 짐작한다.
잠시후 경찰이 왔다. 경찰이 내게 사건이 일어난 상황에 대해서 묻는데 그 사람이 자기가 목격자라면서 설명하는 나를 도와서 설명했다. 경찰이 내게 구급차를 타고 가겠냐고 물었다.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바로 사고날 당시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구급차가 도착하고 나는 바로 구급차로 옮겨줬다. 추웠다. 차안에 내 자켓을 주겠냐고 물었다. 한 대원이 자켓을 꺼내 내 손에 들려주었다. 구급차로 옮기더니 어느 병원으로 가겠냐고 물었다. St. Jude 병원으로 가겠다고 했다. 혈압을 재고 맥박을 체크했다. 맥박은 내가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눌러 보고 기록했다.
내게 나이가 몇살이냐 이름이 뭐냐 주소가 어디냐 계속 묻는다. 이미 라이센스와 보험증을 건네 줬는데 묻고 또 물었다. 졸음이 살살 온다. 졸립다고 하는데도 귀찮을 정도로 말을 많이 시켰다. 그러면서 오늘이 몇일인지 아냐? 너는 어디로 가고 있었느냐? 지금이 몇시라고 생각하냐? 사람을 가만히 두지를 않는다. 나 졸립다고 얘기해도 그들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다. 심지어 세 번 네 번 묻는 것도 있었다. 이름과 나이,
병원에 도착했다. 침대에 실려 응급실로 황급히 옮겨졌다. 응급실 17번 방이다. 다시 병원 침대로 옮겨졌고 구급대원들은 마지막으로 간호사들이 측정한 혈압을 확인하고 떠났다. 병원옷으로 갈아 입히고 잠시 후 의사라 나타나서 몸의 이곳저곳을 점검하더니 큰 문제는 없는 듯 하다면서 엑스레이를 찍자고 했다. 아들에게 전화했다. 교통사고로 지금 St. Jude에 와있으니까 빨리 오라고 했다. 아들이 전화했다. 병원에 왔는데 병원에 들어갈 수가 없다면서 끝나고 연락하라고 했다. 그럼 Buena Park 경찰에 연락해서 아빠 차가 어디로 가있는가 알아두고 사건 번호를 알아두라고 했다. 그리고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사고 사실을 알리라고 했다.
잠시후 엑스레이실로 이동해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어깨, 허리 팔 다리 목 한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찍었다. 그리고 다시 17호실로 옮겨졌다. 잠시후 의사가 나타났다. 아무 이상이 없다면서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간호사가 사인하라는 종이들에 사인하고 병원을 나왔다. 집에 어떻게 가야 하나? 우버를 부를까 하다가 시국이 시국인지라 우버 이용이 오히려 불편할 듯 했다. 우선 집을 향해 걸으면서 생각하기로 하고 Bestantury길로 들어섰다.
병원에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전화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번에는 역시 근처에 사는 다른 친구에게 전화했다. 사고가 났다고 하자 그는 무엇을 도와줄 것인가 물었다. 지금 병원에서 나와서 걷는 중이라고 하니까 곧 오겠다고 했다. 일단 목표지점을 그의 집으로 잡았다. Bestantury길로 걷다가 Euclid를 만나 우회전 조금 더 걸으니 Rosecrance길이 나온다. 다시 좌회전, 얼마 걷지 않아 그의 차가 나타났다. 차를 타고 사건 경위를 설명하자 그럼 우선 회사로 가는 편이 좋겠다고 했다. 친구는 견인해간 곳에 차를 오래 두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빨리 바디샵에 연락해서 바디샵에 갔다 노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회사로 데려다주고 떠났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마자 장스바디샵에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내 차가 있는 곳-아들이 경찰에게서 받은 인포메이션-을 알려주고 차를 옮겨 놓으라고 했다. 그러자 차를 자기들이 갖고 오라고 승락하는 서류에 사인해서 보내주고 자동차 보험증서와 라이센스를 복사해서 보내라고 했다. 시키는대로 했다.
몸의 충격이 심각하다고 생각되어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임스 홍 변호사에게 전화했다. 쥬디김이라는 분이 전화를 받았다.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일단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바로 척추신경과 의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일 아침 9시에 만나기로 했다.
아들이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사건 번호를 받고 렌탈카 회사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직원과 함께 렌탈카회사로 가서 차를 한 대 받았다. 보험회사가 부담하는 가격으로는 작은 차밖에 렌트가 안 된다고 해서 하루 40센트를 부담하고 토요타 캠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20일까지 보험회사에서 커버해준다고 했다.
차를 받고 바디샵으로 가서 내 차의 짐을 옮겨 실었다. 차는 고치라면 고치겠지만 데미지가 커서 폐차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보험회사 직원이 나와 점검을 하고 그때 어떤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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