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하나가 아니다

새해 아침에

Cmaker 2018. 1. 3. 03:09

 

   또 하루가 밝았다. 어둠을 떨치며 떠 오른 해는 어제의 그 해이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 바로 새해를 밝히며 떠올랐기 때문이다.

 

   새해 새 아침에 떠오른 해는 언제나 희망 바로 그것이다. 욕심도 좌절도 시기도 질투도 없는 평화이다. 그런 새해 첫 아침의 해를 보면서 사람들은 한 해의 소망을 빈다. 건강하기를, 가정이 화목하기를, 하는 일이 잘 되기를, 국가와 세계가 평화롭기를 등.

 

   2018년은 무술년(戊戌年), 개의 해이다. 십이지(十二支)의 열한 번째 동물인 개는 아주 오랜 시간을 인간과 함께 살아왔으며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복(忠僕)의 상징이다. 특히 한국의 설화에 등장하는 의견(義犬)은 충성과 의리를 갖춘, 인간에게 지극히 우호적이고 희생적이며 동반자적인 동물이다.

 

   개는 주인을 지키는 성질로 인해 지킴의 상징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개는 집지키기, 수호신 등의 역할뿐만 아니라 잡귀와 병도깨비 요귀 등 재앙을 물리치고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신라시대 뿔잔 중에는 개 모양을 장식한 것이 있는데, 이는 인간을 지켜주는 개를 항상 곁에 두고자 했던 선인들의 바람을 담은 것이다.

 

   그렇다고 개를 항상 우호적으로만 그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속담에서 개는 어리석은 사람, 비천한 사람, 도덕적이지 못한 사람 등 부정적인 사람을 비유하고 있다. 또 우둔하고 어리석은 사람, 외모가 구차한 사람, 게으르고 태만한 사람, 비천한 사람의 대명사로 등장한다. 개는 언제나 사람과 더불어 살아왔기 때문에 개의 속성에 인간의 속성을 비유함으로 생긴 일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인간과 친근한 동물이다. 그래서 반려동물 가운데 으뜸으로 친다.

 

   반려(伴侶)란 짝이 되는 동무를 뜻하는 말이다. 반려의 관계가 틀어지면 결국 갈등과 대립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반려는 사랑이며 신뢰이다. 이런 반려가 굳건하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즉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한다. 사랑과 신뢰에 틈이 생기면 그 자리는 증오와 불신이 차지하기 마련이다. 이는 개인 간에도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세계는 지금 기아와 빈곤, 테러와 전쟁, 부의 편중,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 종교적 갈등, 이념적 갈등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범위를 좁혀보면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미국과 한국은 세대 간, 계층 간, 성별 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조짐이고, 이로 인한 불신과 사회적 혼란을 해결할 열쇠를 찾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했다. 사랑과 신뢰가 부재한 탓이다. 하지만 깊은 어둠을 이겨내고 맞이하는 아침의 태양일수록 더 눈이 부시는 법이다.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는 한, 서로가 반려자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 곁엔 언제나 희망이 있다.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우호적이고 내가 조금 더 희생하며 역지사지의 가치를 실천하려 든다면 결코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것이다.

 

   개는 낯선 사람을 보면 큰 소리로 짖어 주인에게 경계할 것을 알린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가 개의 해인 것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 앞에 놓인, 혹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는 불의와 부조리한 것들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대비하라는 개의 짖음이 느껴진다. 또 어둠을 지켜 아침을 불러오는 개처럼 지금은 우리를 덮고 있는 어둠을 잘 이겨내고 황홀한 아침의 태양을 맞을 준비를 할 때임이 더욱 분명해진다.

 

   견마지로(犬馬之勞)란 말이 있다.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개와 말의 노력이란 뜻으로 타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신의 노력을 겸손하게 이를 때 사용하는 말이다. 올 한해 우리 모두는 서로를 위한 견마지로를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노력 없이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세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몸을 태우고 있을 희망의 불씨를 찾는 수고로움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찾은 희망의 불씨로 개인의 행복과 인류 평화, 인류 공존의 앞날을 밝힐 큰 불을 밝혀야 한다. 그것이 무술년, 개의 해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새해 아침을 밝히며 떠오른 태양을 바라보며 소원했던 모든 일들을 이루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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