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인간 최경주
인간 최경주
지난 주일 오후에 최경주의 플레이를 봤습니다.
벌써 3일째 리더가 되어 나아갔습니다.
저는 그의 살아있는 눈빛을 좋아합니다.
그는 의리가 있습니다. 돈이나 시류에 함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저는 미국으로 오기 일주일 전 '사랑의 교회'에 예배하러 갔다가 전도지에서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얼마 전에는 그에 대한 재미있는 기사가 났었습니다.
미국 노스 케롤라이나 주에 있는 '글레인스보로 한인교회'에 헌금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그가 투어하면서 그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좋은 성적을 거두면 십일조를 하겠다고 했답니다.
그런 그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받은 상금의 10분의 1을 우편으로 보냈다고 그 교회 목사님이 밝힌 것입니다. 얼마냐구요? 액수는 중요하지 않지만, 2만불인가 3만불(3000만원)인가를 했습니다.
피나는 돈이지요.
그러나 그는 그런 약속을 쉽게 하였고
그것을 바로 이행했습니다.
저는 이런 순수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들이 있음에 살맛이 납니다.
*다음은 11월 1일자 조선일보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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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는 날카로운 눈매, 다부진 몸집이 주는 인상과 달리 무척 소탈하다. 말도 구수하고 재미나게 한다. 1996년 준우승만 4차례 하던 최경주가 드디어 간판대회인 한국오픈을 제패했다. 우승 소감이 생방송을 탔다. “방귀가 잦으면 ×이 나오는 법입니다.” 며칠 뒤 그가 다른 인터뷰에서 말했다. “지난번 방송에 적절치 않은 말을 써서 죄송합니다. ‘천둥이 잦으면 비가 온다’로 정정하겠습니다.”
▶최경주가 2000년 미국에 진출한 뒤 2년을 혼자 고전할 때 연습에 매달리는 그의 손바닥을 어떤 이가 봤다. 갓 깔아 덜 굳은 아스팔트 위로 차들이 지나가듯 온통 어지럽게 자국이 패어 있었다. 터진 자리 채 아물기도 전에 또 터지기를 거듭하면서도 그는 하루 1000개씩 공을 때렸다. “서양 선수들의 비(飛)거리와 기술을 따라잡으려면 연습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비제이 싱과 함께 대표적 연습벌레로 꼽힌다.
▶최경주는 1994년 프로 데뷔 직후 한 의류업체와 맺은 스폰서 계약을 꼬박 10년 유지했다. 국내 정상에 오른 뒤는 물론, PGA에서 세계적 선수가 된 뒤로도 계약금이 적다고 불평한 적이 없다. 스폰서가 그를 놓아줄 때까지 그 업체 로고가 찍힌 모자를 쓰고 PGA를 누볐다. 어려울 때 도와준 은혜를 신의로 갚았다.
▶인간 최경주를 아는 기자들은 그의 여러 미덕 중에서도 남모를 선행에 가장 감복한다. 그가 아내를 통해 건네 온 결식어린이 성금만 2억6479만원에 이른다는 사실도 얼마 전에야 알려졌다. 별도로 국내 대회에 올 때마다 상금에 더 얹은 거액을 수재민이나 복지시설에 낸다. 목표는 10년 뒤 어려운 청소년들이 맘껏 배우고 운동하게 돕는 재단을 세우는 것이다. 그 전에 그는 ‘챔피언스 디너’를 주재하고 싶어한다. 최고 대회 마스터스의 개막 만찬에선 전년 챔피언이 메뉴를 고른다. 그 식탁에 된장찌개를 올리겠다는 바람도 그는 곧 이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