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7
하루 하루가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언제나 일요일이면 만나는 친구들과 8시 30분 예정대로 산행을 시작했다.
2주전, 산에서 내려오다 무릎을 다친 친구의 제안으로 지난 한 주를 쉬었다.
물론 나는 식구들과 함께 산에 다녀왔지만...
산에 오르며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눈다.
와이프가 치과 의사인 친구는 이미 현직을 떠나 투자할 것을 찾아 다니며 인생을
즐기고 있고 와이프도 잘 벌지만 본인도 한달에 5천 2백 8십만원씩 상가 건물에서
들어 오는 수입만으로도 앞으로의 인생이 보장되 있으며
또, 와이프가 공인 회계사인 다른 친구는 회사 직원이 약 80명 정도되는 회사의 빚
이라고는 없는 알찬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셋은 매주 일요일 산을 오르고 있
다. 직장을 잃은 후 제일 힘이 되어주려는 친구들이지만 나는 이 친구들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나 혼자의 힘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나에게 얼마 정도의 돈을 투자하겠다지만 아직 나와 함께 일하자는 곳이 서너군데
있어 여유있게 휴가 아닌 휴가를 즐기고 있다.
비데오 가게를 운영하던 아내도 지난 5월말로 가게를 다른 이(아내 가게에서 일하
던 종업원)에게 팔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사진 스튜디오로 그런대로 생계유지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아내가 인수하여 지
난 7월 1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정상에서 아내가 준비해 준 도시락을 펼친다. 아내가 치과의사라는 친구는 물만
준비해 오고 아내가 공인회계사라는 친구는 장조림만 갖고 온다.
내가 밥에 고추와 토마토(이 두가지는 우리집 뒷뜰에서 나온 것임), 맛장, 김치,
김, 복숭아 등을 준비해와 함께 식사한다. 매일 내가 준비해 온다. 셋이 한곳에서
만나 둘은 자동차를 두고 한 사람 차로 움직인다.
매주 일요일 만나 산행을 하며 셋은 가정 얘기, 회사 얘기, 친구 얘기 등 인생을 얘
기한다.
돈이 많은 두 친구에게 고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나보다 두 친구
의 고민이 더 많다.
돈이 많기 때문에 타는 자동차도 비싸고 사는 집도 어마어마하게 크고 좋은 집이
지만 이에 못지않게 고민도 크고 많은 듯 하다.
돈이 많지 않더라고 편안하게 가족들과 오손도손 사는 내가 더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면 없는 자의 자위에 지나지 않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