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겆이
식구들 모두 싫어 한다. 설겆이를
그러다보니 늘 설겆이는 아내의 차지다.
함께 살고 있는 큰 딸이 27살, 처조카(아내의 언니의 딸)가 24살이지만
설겆이는 항상 아내의 차지다.
자신이 먹을 것을 각자가 씻기를 바라지만 먹고는 그냥 사악 사라져 버린다.
식탁에 남겨 놓은 그릇들을 옮기는 것도 아내가 하고 설겆이도 아내가 한다.
회사에 나와 하루 종일 일하고-가장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기는 하지만-
학원에 있는 아이들 데리고 집에와 밥해 먹이고-9살찌리 딸, 7살 짜리 아들,
27살 짜리 사위, 27살짜리 딸, 24살짜리 처조카,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늦게 귀가하기 때문에 대부분 거의 먹고 들어 간다.
설겆이 하고 자기 전에 빨래 한 판 돌리고....
드라마도 봐야 하고...
머리가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모처럼 일찍 들어 왔다. 물론 사람을 만나 저녁을 먹고 들어 왔지만 꽤나 이른 시각이었다.
8시 10분 정도 되었을까?
아내가 없다. 설겆이 통에는 식구들이 저녁 먹고난 그릇이며 접시들이 잔득 쌓여 있고
아내에게 전화를 하니 아이들과 구입할 물건이 있어서 작은 아이들과 잠시 나왔단다.
큰 딸 내외는 자기들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처조카 딸도 왔는지 안홨는지 보이지 않고....
아내가 불쌍해졌다. 머리가 아프다는데...
설겆이라도 도와주자.
모처럼 설겆이를 했다. 그릇을 정성스럽게 깨끗이 씻으며 기분이 좋아졌다.
아내는 내가 설겆이 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물을 많이 쓰고 한 후에 다시 해야 한다고-잘 못 씻는다나...
그래서 더 정성을 들여 씻었다.
설겆이 해 놓고 욕먹지 않도록....
아주 쉬운 일인데 왜 하기 싫어할까?
우리 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