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화) 거슨세미 오름
오늘은 어디로 가고 싶은가? 아들이 세 곳을 보내주면서 고르라고 했다. 거슨세미 오름, 아부 오름, 다랑쉬 오름
인터넷을 섭렵해보니 거슨세미 오름에 가면 안돌 오름과 밧돌 오름을 덤으로 오를 수 있다. 바로 옆에 있어서 살살 올라갔다 오면 점심시간에 내려오겠다 싶었다. 거슨세미 오름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삼나무 숲으로 들어가 편백나무 숲은 지나 -960미터- 언덕을 오르면 정상이다. 살살 내려오다 보니 샘물로 가는 표시판이 보였다. 샘물은 이 근처의 물이 시작되는 수원지라고 한다. 여기를 지나서 안돌과 밧돌로 가는 것이 순서였다. 그러나 아들의 운동화 밑창이 떨어져서 너덜거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걷는 것은 무리였다. 우리는 산밑 길을 돌아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바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 함바집 '다정'으로 향했다. 조천읍 와흘리에 자리 잡은 다정은 근처에서 일하는 일군들이 와서 먹는 밥집으로 유명한 집이다. 일인 7,000원에 무제한 먹을 수 있는 집이다. 밥도, 고기도, 생선도, 기타 그 어떤 반찬이라도 무제한이다. 11시에 오픈하는 식당에 11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9시에 만났으니까 2시간만에 후딱 걷고 와서 밥먹는 거다. 우리는 실컷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아들집에 들려 아들이 끓여 놓은 황태국과 만들어 놓은 김치전을 갖고 숙소로 왔다. 좀 쉬다가 아들이 이발소에 가겠다고 나갔다. 식당에서 배터지게 먹지 못하고 배불리 먹은 탓에 무엇인가 더 들어갈 수 있겠다 싶어 김치전에 아들이 주말에 제조해 놓은 술을 한 잔 했다. 와인도 아니고 정종도 아니며 소주도 아닌 것이 한 잔 하니 딸딸딸 하다.
자는둥 마는둥 텔레비전을 켜놓고 보고 있는데 아들이 돌아왔다. 예약을 하지 않아서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했다며 툴툴 거렸다. 어쩌면 하는 짓이 지 애비랑 그리 똑같으냐. 내가 맨날 예약 하지 않고 가서 헛걸음을 했었다. ㅎㅎㅎㅎ.
손자 데리러 갈 시간이다. 어제 사서 냉장고에 땡땡 얼려 두었던 아이스케키 몇 개를 꺼내 들고 아들과 같이 손자 학교로 갔다. 손자가 나오자마자 아이스케키를 쥐어주고 아들집으로. 아들집에 손자와 아들을 내려 놓고 숙소로 와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