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 2
오늘 밤부터 잠을 편히 자기 위해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끝을 내기로 했다.
지금 시각 오전 10:28,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모든 면에서 잘 만든 영화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단지 그에 못지않게 잘 만든, 아니면 더 잘 만든 영화들이 후보작으로 대거 올라 왔는데 왜 기생충이 올해 4관왕이 되었을까?
1. 예술은 돈으로 한다.
'기생충' 제작비가 150 억이 넘는다. 그 외 아카데미 캠페인, 해외 캠페인, 광고 및 홍보에 쏟아 부은 돈은 천문학적이다. 한국 CJ 에서 무조건 후원하며 밀어붙였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CJ 제작자 이미경이 시상식 무대에 올라가 수상 소감까지 한 것이다. 돈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빈부격차를 비판한 영화의 제작자 및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의 부자, 귀족 계급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이다.
2. 세상에서 큰일을 이루는 것은 운이 따라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이 이제 본 궤도에 올랐다는 시대적 물결에 따라 봉 감독이 그 중 큰 수혜자가 된 것이다. 때를 잘 만난 거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봉 감독의 재능과 노력도 대단하다. 준비된 자가 운을 만난 케이스라고 하겠다. 봉 감독은 영화 산업계의 생리를 꿰뚫어 보고 10년 앞을 내다보면서 전략적으로 준비해왔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아무리 그가 실력이 있어도 시대의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헛수고에 지나지 않았을 거다. BTS 등 한류 물결이 봉 감독의 영화를 위해 판을 잘 깔아 놓은 것이다. 일본도 80년대 크게 번성했을 때 아키라 구로자와 감독이 아카데미 상 받았다.
3. 아카데미상은 정치다.
아카데미상을 잡고 있는 할리우드는 또 좌편향 영화인들의 집합지이다. 기생충은 그들 취향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좋은 영화는 항상 어느 정도의 정치적 의도나 메시지를 포함하기는 한다. 봉 감독의 영화는 항상 진보를 표방하고 기존 정치, 사회질서를 비판하는 색채가 짙었다. 그런 봉 감독의 경력이 아카데미상 수상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리고 봉 감독의 개성이나 인격이 국제사회 영화인들과 허물없는 인간관계를 조성하는데 일조했음에 틀림없다.
4. 커뮤니케이션이 파워다.
봉 감독의 통역을 맡았던 샤론 최가 큰 역할을 했다. 동영상으로 봤는데 정말 멋지게 통역을 하고 있었다. 즉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언어 장벽을 허물어뜨린 것도 커다란 힘으로 작용했음에 틀림없다.
봉준호의 ‘기생충’, 분명히 영화 자체는 잘 만들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단지 잘 만든 많은 영화 들 중에서 ‘기생충’이 4관왕에 선정된 것은 위의 사항들의 영향임을 인정해야 한다. 빈부 격차를 고발하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이 영화는 제작부터 홍보, 아카데미상 수상까지 가진 자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나를 불편하게 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고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지 않은가?
오늘 밤부터는 자동수면기가 편안하게 제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