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창생을 만났다
샌디에고에 사는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 C가 문자로 연락했다. 고교 동창 K가 출장와 있으며, 만나기로 했는데 함께 만나지 않겠냐고. K는 고3때 내 짝이다. K가 35번, 내가 36번, 어찌 그냥 보낼 수가 있는가. 만나기로 했다.
고등학교 입학시험 보기 전날 C 집에서 함께 공부하고 시험보러 갔다. 입학시험 보고 며칠 지난 뒤에 아버지가 아는 고교 선생님께 나의 합격여부를 알아보니 불합격이라고 했다. 그날 저녁 아버지에게 뒈지게 맞았다. 그리고 가출했다. 그때 대여섯 명의 친구들을 몰고 나갔는데 그때도 C가 함께 했다. ㅎㅎㅎㅎ.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서 행주산성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 그때만 해도 행주산성 근처는 초가집들이 즐비했다. 행주로 정한 이유는 한 친구의 친척이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해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와서 텐트를 칠 수가 없었다. 결국 친구 친척집 사랑채로 옮겨가서 몇일 지냈다.
합격자 발표 날, 궁굼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내가 대표로 발표를 보러 올라왔다. 오마이갓 내 이름이 있었다. 분명히 떨어졌다고 했는데.... 그리고 C의 이름도 있었다. 나머지는 다 떨어졌다. 서둘러 친구들 집을 일일이 찾아갔다. 친구 부모님들을 모시고 행주로 가서 아들들과 상봉하도록 했다.
C는 함께 공부하고 입학시험 보러 갈 정도로 가까웠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서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느라고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정도로 관계가 소원해졌다. 대학 2학년 때인가 풍문으로 그가 고교 졸업 후에 미국으로 가서 김치 GI로 한국에 돌아와 친구들과 만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 살던 시절, 87년 여름 미국 보이스카우트 초청으로 알라스카 캠프 고르서치에서 보이스카우트 인터내셔널 캠프 스텝으로 한 달을 보내고 LA에 들렸다. 고교 동창회 사무실로 찾아가서 28회 동기 중에 누가 사는가 명단을 보니 C가 있었다. C에게 전화를 거니 C가 바로 달려왔다. 노란 스포츠카를 타고. C는 보나벤처 호텔 스카이라운지로 데리고 가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다. 칵테일도 마시고. 그리고 내가 묵고 있던 숙소로 데려다 주었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 K에게 전화했다. 당시 C는 대한항공 LA지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C는 만날 수는 없지만 내 좌석을 업그레이드 시켜주겠다고 했다. 공항에 가서 수속을 밟으니 좌석이 업그레이드 되어 있었다. 촌놈 처음으로 퍼스트 클래스를 탔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2002년인가 2003년에 K가 아시아나 항공 미주 본부장으로 왔다. 마침 내가 모 라디오 방송국에 근무할 때였다. 친구는 라디오 시보 제공을 아시아나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마침 대한항공의 직원이 가격을 낮춰 달라며 애를 먹이며 재계약을 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고 갑질을 하며 애를 먹이던 때였다. 아시아나에게 가격을 제시하니 좋다고 했다. 아시아나로 바꿔버렸다. 후에 대한항공 오너가 LA에서 시보제공에 아시아나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내가 근무하던 회사 계열 신문사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회장이 왜 대한항공에서 아시아나로 바뀌었는가 묻길래 준비해둔 자료를 보여주었다. 왜 바꾸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계속 아시아나가 방송으로 나왔다. 뚜뚜뚜우 아시아나 제공시보 7시를 알려 드립니다. 매 시간마다 한 번씩 아시아나가 방송으로 나오는 거다.
내가 퇴직하고 몇 해 뒤에 시보 제공은 대한항공으로 다시 바뀌었다.
이런 추억이 있는 친구들인데 어찌 안 만난단 말인가.
친구들과 4시에 만나 4차까지 하고 -커피, 바베큐, 칵테일, 북엇국- 12시에 헤어졌다. 나이가 이제는 70이 가까운 쪽에 있음에도 고교 동창생을 만나면 그때로 돌아간다. ㅎㅎㅎㅎㅎ.
헤어지기 아쉬워 하며 기념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