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막내와 보낸 오후

Cmaker 2019. 1. 3. 01:54



   오랜만에 만난 아들은 철부지 코흘리개가 아니었다점심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성숙한 성인이 되었음을 읽을 수 있었다아들에게 친구들 근황을 묻자 월남계 친구인 냄과 백인 애스챤에 대해 이야기 했다. 둘은 고교 졸업후 일하면서 대학에 다니면서 계획대로 잘 살고 있다고 했다.

 

   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척추병원에서 일하면서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녔다그리고 칼리지를 마치고 칼스테이트 롱비치에 진학해서 공부하면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특히 에스찬은 샘스에서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새 차를 샀다고 했다그는 돈을 저축하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했다그도 역시 커뮤니티 칼리지를 졸업하고 칼스테이트 풀러툰에 다니고 있으며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클라스를 많이 듣지 못해 졸업이 한 해 정도 늦어질 것이라고 했다.

 

   농구팀의 일년 선배인 백인 맥스에 대해서 물었다그는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부동산 에이전트 라이센스를 따서 부동산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맥스의 단짝인 월남계 라이언도 맥스와 마찬가지로 대학에 가지 않았으며 부동산 일을 한다고 했다그런데 지금 그들은 남미에 가서 놀고 있다고 했다.왜 남미에 갔냐고 물으니 놀러 갔다고 한다돈을 잘 버나 보다고 하니 부모 집에 살고 있으니 돈을 그리 많이 벌지 않아도 여유가 있을 거라고 했다.

 

   히스패닉계 친구인 이사야에 대해서 물으니 그는 화학을 전공했는데 3년이 지난 올 여름에 전공을 비즈니스로 바꿨다며 그가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보면 의아한 점이 많다고 했다.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보지 않고 너무 쉽게 결정한다는 것이었다한국계 친구 A도 마찬가지라고 했다그 친구는 경찰이 된다고 하면서 음주운전으로 걸려서 어려울 거라고 했다그리고 돈 벌어서 많은 돈을 먹고 마시는데 쓴다고 했다.

 

   자기가 택한 일도 문제가 많다고 했다왜냐하면 한 군데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고 뉴햄프셔롱아일랜드보스톤 등 세 곳을 4개월씩 옮겨 다니며 일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했다아울러 LA에서 일을 하면 집에서 다니면서 돈을 세이브 할 수 있는데 아파트 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걱정이 많았다게다가 일도 한 가지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를 다 해야 한다고 했다그러면서 내년 7월부터 출근하는 것이니까 그 안에 좋은 직장이 생기면 그리 갈 생각이라고 했다.

 

   아들이 내게 물었다. “아빠는 향후 10년 동안 벌어질 일 가운데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무엇인가?” 가족들에 관한 것이냐고 물으니 아니란다아빠 회사에 관한 것이라면서 내가 인수한 지난 15년간 끊임없이 내게 묻고 물었던 질문을 아들이 내게 묻는 것이 아닌가.

 

   웹사이트를 개발하는 등, 여러 가지 나름대로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언젠가 닥칠 문제임에 틀림없다더군다나 미국 내에서 한인 이민자들이 줄게 되면 회사 자체의 존립도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화제를 바꿨다. 아들에게 네가 일을 해서 돈을 받게 되는 내년 7월부터는 약속대로 네 수입의 10%를 아빠에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셋째가 고교 졸업을 하고 가족 여행을 떠났었다그 여행의 마지막 날 엄숙한 자리를 만들고 셋째와 넷째가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면 아빠에게 수입의 10%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그리고 결혼을 하게 되면 5%로 줄여도 된다고 했다그리고 손을 다 내밀라고 하여 그 위에 내 손과 아내그리고 맨 위에 장모님 손을 얹는 의식을 행했다장모님과 아내는 증인이었다


   셋째가 취직을 해서 첫 번째 봉급의 10%를 보낸 후에는 감감 무소식이었다독촉하지 않았다일 년이 지난 올 8월에 이제부터 다시 보내겠다고 했다그 동안 대학 다니며 받았던 융자금을 갚느라고 보내지 못했는데 이제 다 갚았다고 했다그래서 8월부터 딸의 월수입의 10%를 매월 다시 받고 있다.

 

   막내는 자기가 잘 모르고 얼떨결에 서약을 하게 되었다며 왜 아빠에게 돈을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거부해왔다.

 

   이번에 확실히 다짐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아들은 누나가 주고 있냐고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했다그동안 학비 융자 받은 것을 갚느라고 딱 한 번 보냈는데 지난 8월부터 다시 받기 시작했다고. 녀석은 누나가 보내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 달라고 했다아빠 엄마 어카운트로 입금되고 있으니 확인이 가능하니 엄마에게 확인하라고 했다한국에 사는 형과 누나에게도 받고 있냐고 물었다형은 사업 때문에 힘들고 누나는 애가 넷이나 되어서 받을 수 없다고 했다아빠가 도와줘야 할 형편이나 아빠가 어려워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돈을 받느냐고 되물었다.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식사후에 아들과 체육관에 갔다. 아들은 농구를 나는 수영을 했다. 그리고 돌아와 저녁식사를 마치자 마자 히스패닉계 친구 이사야가 왔다. 둘은 자쿠지를 하겠다며 수영복 차림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