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제자들과 만나 추억에 빠져

Cmaker 2019. 1. 3. 01:50


세월유수라는 말을 실감하고 삽니다.

 

19831학년 12반 담임이었다. 그때 우리 반 학생이었던 제자E가 전화했다. 만나서 식사나 하자고.

 

20181226일 오후 530분 우린 만났다. 당시 1학년 2반이었다는 한 친구도 함께 왔다. 둘이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고 했다.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놓고 먹었다.

 

1983년은 내게 매우 의미있는 해였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하면서 논문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때였다.

 

그때로 돌아가 이야기 꽃을 피웠다.

 

35년 전, 1학년 2반이었으며 내게는 단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다는 A1학년 2반 자기를 담임했던 선생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름뿐만 아니라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특징이 있는 분인지 무슨 과목을 가르쳤는지 조차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3학년 담임은 기억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선생님은 몇 해전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했다. 그 선생님 성함을 기억하냐고 물었다. E 선생님이라고 했다.

 

오마이갓!

 

EJY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E선생님은 나보다 6-7살이 많은 분이었다. 서울 사대를 나와 영어를 가르쳤는데 천안의 모 고등학교에 근무하다가 1983년 그 무렵 내가 근무하던 학교로 전근왔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내가 근무하던 학교는 재단 안에 5개의 학교가 있었고 또 하나의 학교의 개교를 준비하던 때였다.

 

그가 죽었다니 믿기지 않았다. 그것도 5-6년 전이라니.

 

E선생과 같이 근무한 곳은 새로 생긴 학교에서 였다. 나는 학생부장으로 E선생은 외국어 부장을 맡았었다. 1985년에 만나 신설 학교를 명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때였다.

 

무슨 일 때문인지 E선생과는 잘 맞지 않았다. E선생은 교장과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둘이 힘을 합쳐 천안에서 선생들을 대거 불러들여 작당을 해서 자기들의 파워를 형성하면서 교내에서 큰 작용을 하고 싶어 했다. 영어 선생 몇 사람, 수학 선생 몇 사람, 국어 선생 몇 사람. 이렇게 천안에서 온 영수국 세 교과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천안에서 선생들을 불러 들여 십여 명 이상으로 만들고 학교를 지들 맘대로 좌지우지 하려고 했다.

연구부장, 교무부장, 외국어부장 등 주요 보직을 차지했으며 그들은 매일 작당해서 술 먹으러 다니기도 했다.

 

나는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교사내에 파벌을 형성해서 지들 편한대로 학교를 움직이려 했다. 심지어 교장도 그들과 주로 어울렸으며 매일 저녁 음주를 함께 하고 다녔다.

 

무슨 일이건 그릇된 일을 보면 참지 못했던 성격에 한 번 E선생과 대판 붙은 적이 있었다. 엄청나게 분노한 나는 그에게 폭언을 쌍욕을 섞어가며 퍼부었고 무어라고 항변하는 그에게 볼펜을 집어 던졌다. 그리고 죽여버린다고 달려들었는데 옆에 있던 체육 선생이 나를 꼭 잡아 안으며 말렸다.

 

분명히 그때 일이 기억 나지만 여기서 밝히기에는 이미 고인이된 분에게 누가 될 것 같아 생략한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E선생이 전화했다. 어느 방에서 만나자고. 만나서 그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내 행동에 대해서 이렇쿵 저렇쿵 하면서 앞으로 잘 지내자고 했다.

 

그리고 다음해에 그는 교감이 되었다. ㅎㅎㅎㅎㅎ. 그러나 내게 불이익은 없었다. 내 성질을 알기에 나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썼고 나는 입시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아 1993년 대입에 전국에서 서울대를 가장 많이 보내는 쾌거를 이룩했다. 졸업생의 2/3SKY에 합격 시켰다.

 

E교감이 만나자고 했다. 둘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설립자이며 이사장이었던 이박사님이 나를 잘 지원해주라고 했다면서 우리 앞으로 힘을 합쳐 잘하자고 했다. 그는 내 앞날의 계획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교장에게 사표를 내고 나는 33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얼마 뒤에 풍문으로 들으니 E는 교장까지 하고 은퇴했다고 했는데 오늘 그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3학년 때 담임 E선생님을 기억하는 AE선생님에게 뒈지게 맞아서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절대로 학생을 때리지 않게 생기신 분이 무얼로 자네를 때렸는가 물으니 뺨을 때렸다고 했다. 그러나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는 E는 뺨을 때린 것이 아니고 몽둥이로 엉덩이를 때렸는데 자기가 보기에도 심하게 때렸다고 했다. 둘 다 뭔가 엄청나게 잘못했는데 무슨 일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고인이 된 E선생님의 명복을 빌면서 한 잔 가득 채워 허공에서 몇 바퀴 돌리고 마셨다.

 

삼가 고 EJY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