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아들 만나러 가는 길 2

Cmaker 2017. 11. 15. 03:27

전편에 계속


      비행기에 두고 내린 셀폰이 도착할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아내는 책을 읽으며 무언가를 열심히 책에다 적고 있었다. 무슨 책이길래 책에다 글까지 적어 가며 읽을까? 아니 뒤늦게 무슨 바람이 불었단 말인가? 궁금했다.


   무슨 책을 읽는가 슬쩍 들여다 보니 수도쿠가 잔뜩 실려 있는 책이었다. 이번 여행 기간 동안 심심풀이 땅콩으로 수도쿠를 하려고 책을 구입했다며 아내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열심히 수도쿠 칸을 채우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수도쿠에 열중하고 있는 아내



   이제 코펜하겐행 비행기에 탑승하러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창구에 가서 셀폰이 도착했냐고 물으니 5분만 더 기다리라고 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24번 게이트로 가야한다. 거기까지 가기에 충분한 시간이 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5분이 지나서 아내가 창구로 갔다. 아내는 개선장군이라도 된 양 셀폰을 높이 들어 보이면서 돌아왔다. 내가 셀폰을 잃어버린 중국의 그 공항에서 방금 잃어버린 셀폰을 찾기 위해 공항경찰과 나의 동선을 상기하며 여러 구역을 돌아다녔고, 그들의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들여다 보았지만 찾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다시 살아났다. 


24번 게이트 앞에서 코펜하겐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아들이 문자를 보냈다. 짐을 찾는대로 나가겠다고 하니 아들이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천천히 나오라고 했다. 


   아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석 달 만이다. 녀석은 만면에 미소를 띄며 포옹을 하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안아주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아들이 나를 안아주는 기분이었다. 녀석이 그 동안 훌쩍 커버린 것이다. 이제 스물 살의 젊은이, 기운이 느껴진다. 


   예약한 렌탈카를 찾기 위해 렌탈카 회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셔틀버스를 타야했다. 

   렌탈카 회사 직원이 벤츠와 아우디가 있는데 어떤 것을 타겠냐고 물었다. 내가 예약한 차와 같은 가격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벤츠를 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내가 익숙한 차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우디는 타 본 적이 없으니까. 아들은 렌탈카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자유롭게 다니려면 차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항공권을 구입하면서 예약한 것이었기에 이번 여행의 예산에 포함된 것이다. 


렌탈카 회사 직원과 함께



   차가 너무 작았지만 분명히 5인승임에는 틀림없었다. 아들의 안내로 지난 석 달 간 머물렀던 아들의 하숙집으로 달렸다. 아들이 출발 전에 말했다. 이곳에서는 빨간 불에 절대로 좌회전해서는 안 된다고. 왜냐하면 자전거들이 많기 때문에 빨간불에 좌회전하다가는 자전거와 충돌하기 십상이라는데 운전을 하면서 아들이 왜 그 말을 가장 먼저 했는지 알게 되었다. 자전거의 천국, 모두가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자전거를 타고 기차에도 자전거를 두는 칸이 따로 있었고, 기차에서 내려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까지 얼마든지 다닐 수 있게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곳이 없었다. 그만큼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매연으로 인한 피해가 적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아들이 머물고 있는 집에 도착했다. 아들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Hanna! 하고 불렀다. 녀석이 할머니라고 부르는 분의 이름을 마구 불러 약간은 당황했다. 아들에게 오면서 아무리 할머니라도 아빠보다 한 살 밖에 더 많지 않으냐고 하면서 할머니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아들이 말했다. 그럼 아줌마라고 하면 너무 멀게 느껴진다면서 계속 할머니라고 했으나 실제로 호칭은 이름을 직접 부르고 있었다. 


   Hanna는 반갑게 맞아 주었다. 자기 집에 머무르는 동안 편하게 지내라고 했다. 우리를 위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이층에 올라가서 좀 쉬고 있으라고 했다. 세 개의 방이 전부였는데 아들이 방 하나를 쓰고 있었고, 다른 학생이 또 다른 방을. 그리고 자기 방을 우리에게 주고 하나는 응접실에서 자겠다고 했다. 아차 싶었다. 자기와 한 집에 머무를 수 있다는 아들 말만 듣고 그 집에 방이 몇 개인지 조차 확인하고 오지 않은 나의 불찰을 탓하기에는 늦었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기로 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Hanna는 정년이 지났지만 학교에서 그녀를 필요로 해서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고 했다. 


아들이 Hanna를 도와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들과 함께 머물고 있는 친구


저녁식사


한 식구가 더 있었다. 가장 게으른 식구로 하루 종일 잠만 잔다. 


오랜만에 만나 밀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