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아들 만나러 가는 길

Cmaker 2017. 11. 15. 02:00




   농구를 그만 두면서 아들이 가을 학기에 코펜하겐으로 공부하러 간다는 말을 할 때, 코펜하겐에 다녀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8월, 아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인턴십을 마치자 마자 코펜하겐으로 떠났다. 도착해서는 엄마에게 자질구레한 몇가지 물건을 부쳐달라 하고 엄마는 물건 값보다 배송료가 더 드는 일을 몇 번인가 하는 눈치였다. 드디어 10월 4일, 아들로부터 '11월 7일쯤 와서 일주일 머무르다 갈 수 있다'는 기별을 받았다. 그날 바로 인터넷에 들어가 항공권을 구매했다. 한 번에 가는 비행기가 없어 중간에 한 번은 갈아타야 했다. 그렇다면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것을 골라야 한다. 머리쓰고 골치아픈 것이 딱 질색인지라 매사에 간단간단하게 생각하고 그 즉시 처리한다. 싸게 구입하기 위해 머리 싸매고 컴퓨터를 들여다 볼 시간도 없고 무엇보다도 그럴만한 인내심이 없기 때문이다. 


   일인 450달러에 구입했다. 갈 때는 런던을 경유하고 올 때는 쭈리히를 경유한다. 오고 가는 시간은 비슷했다. 13시간 정도. 공항에서 2시간 정도 체류하는 시간 포함해서. 코펜하겐에서는 렌탈카가 필요없다는 아들의 말을 무시하고 렌탈카도 예약해버렸다. 일주일에 150달러. 


   11월 6일, LA 공항까지 우버를 탔다. 45달러에 팁 2달러, 팁은 안 줘도 된다지만 어찌 팁을 안 준단 말인가. 친절한 우버 기사는 2달러에 기쁨을 감추지 않고 진심으로 땡큐, 땡큐를 연발했다. 자동 탑승권 발권 기계에서 런던행 티켓과 런던서 코펜하겐 가는 표를 받았다. 보낼 짐이 있냐고 물어 그렇다고 하자 운송하는 가방에 부치는 태그가 나왔다. 본래 짐찾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 싫어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다니는지라 해보지 않던 일이었다. 아내가 굳이 짐을 부쳐야 한다고 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는 데스크로 가서 짐을 내미니 무게를 재고는 비행기에 실리도록 벨트에 올렸다.


   공항에 너무 일찍 나왔다. 아직도 2시간이 남았다. 무엇을 할까 궁리하는데 아내가 유나이트 항공 라운지 이용권을 두장 갖고 있다고 했다. 언젠가 친구가 준 것을 잘 갖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는 6번 터미널까지 가야했다. 만일 유나이트 라운지에서 쓰려면 한 사람이 59달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골이 비지 않은 다음에는 내 카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덕분에 라운지에서 음식도 배불리 먹고 와인도 한 잔씩하고 잠시 쉴 수 있었다. 그뿐 아니다. 아내는 라운지를 떠나면서 사과와 바나나도 챙겼다. 혹시 시장할 때 필요하다며. 언제나 여행자는 배고픈 법이라는 진리를 알고 있었다. 후에 사과와 바나나는 모두 내가 잘 먹었음을 밝힌다. ㅎㅎㅎㅎ.






   영화 서너 편 보고 즐기다 보니 런던에 도착했다. 9시간 소요. 1984년 스웨덴에 다녀 오는 길에 런던에 사나흘 묵었던 적이 있지만 공항에서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았기에 기억에는 없다. 단지 그때는 어둡고 침침한 느낌이었다. 2017년은 그때와는 전혀 달랐다. 좀 더 밝고 환한 분위기라고 할까. 그때는 하루만 묵었다 가는 일정이었는데 항공사 사정으로 이틀을 호텔에서 쉬게 되어 여유있게 지낼 수 있었다. 


   환승을 위해 일단 영국 관리들의 심사대를 통과해야 했다. 여권과 항공권을 살펴 보고 소지품들에 대한 검사가 있었다. 그때 아내가 소리쳤다. 전화기를 비행기 좌석 앞 포켓에 두고 내렸다고. 아니 탄식이었다. 비명에 가까운. .. 여러 차례 승무원이 아나운싱 했다. 비행기에 물건을 두고 내리지 말라고. 심지어 구체적으로 셀폰을 들먹이며 여러번 언급하기 까지했다. 그러나 아내는 두고 내렸다. 어쩌란 말인가. 일단 잃어버린 것을 공식화하기로 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지 않은가. 그리고 지난 1월 히말라야 갈 때 나도 중국의 한 공항에서-공항 이름도 다시 입에 올리기 싫다- 잃어버렸기에 큰 소리 칠 입장은 아니다. 


   검색대를 빠져 나와 코펜하겐 가는 항공기에 탑승하러 가면서 머리를 계속 굴렸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행동인가? 그냥 포기할 것인가? 찾으려는 시도를 해야 할 것인가? 마침 눈앞에 유나이트 항공기 이용자들을 위한 안내 데스크가 있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친절한 유나이트 직원은 바로 무전기를 들고 교신을 시작했다. 교신 상태가 고르지 않고 잡음으로 서로 하는 말이 겉돌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셀폰을 들고 누군가와 얘기했다. LA에서 출발한 유나이트XXX, 좌석 번호 KKK라고 하자 저쪽에서 알겠다고 하는 모양이었다. 기다리라고 했다. 얼마나 기다리냐고 물으니 잠깐이면 될 것이라며 아마 네가 코펜하겐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네 손에 쥐어줄 것이라고 했다. 영국식 발음의 멋진 신사였다. 


   조바심 속에 기다리면서 화장실을 교대로 다녀왔다. 자리 잡고 앉자 아내는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책이 눈에 들어 온단 말인가? 


   오고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셀폰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