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생일날 오후

Cmaker 2017. 10. 10. 15:59



   생일을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어려서부터 생일에 미역국 한 그릇 먹으면 되는 걸로 알고 살았으니까. 생일 선물이라고 특별히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기억도 없다. 무언가 받았겠지만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내가 부모가 되어서는 아이들 생일은 꼭 챙겨주었다. 하다 못해 학용품이든 옷이든 아이들 생일 때마다 생일 선물이라고 건네기도 했으니까.


   결혼해서도 미역국이 올라온 생일상을 받기는 받았는데 특별한 날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주로 옷 등을 선물로받았던 것 같다. 


   큰딸이 결혼하면서 생일을 꼭 챙기기 시작했다. 혼인 전에는 별로 챙기지 않았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아빠 뿐만 아니라 엄마, 그리고 식구들의 생일을 챙기기 시작했다. 덕분에 생일이면 와이셔츠나 구두, 넥타이, 티셔츠 등을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딸이 한국으로 이사간 첫해-올 8월에 한국으로 이사했음- 처음 맞이한 생일, 오후 6시가 다 되어가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 꼭 선물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아빠 생신을 축하합니다. 요거 한 줄을 기대하는데 감감무소식이다. 


   큰아들이나 셋째, 넷째에게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큰딸은 매년 챙겼었는데 올해는 큰딸도 잊었나 보다. 


   슬픈 생일날이다. 오늘 아침에는 미역국도 없었다. 아침에 무얼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무엇을 먹었더라. 다른 날과 다름없이 먹었을 거다. 그러니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생일, 이 나이가 되니 별게 다 슬프다. 지금까지 일 년 삼백 육십 오일을 생일이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나이들어 주책인 거다.



  퇴근해서 집에 와서 보니 딸이 이글을 읽었는지 페이스북에 사진 한장이랑 글을 올렸더군요. 





아바마마 생신 축하드리옵니다. 
이삿짐 정리중 찾은 옛사진 한장을 선물합니다. 
사랑합니다.

Changhai Ahn 네가 중학교 졸업하던 날이구나. ㅎㅎㅎㅎ. 정말 오래 된 사진이구나.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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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jin Ahn 오래전 그날... 잠시 우리 셋이 살던 시절. 매주말 가족회의를 하고 회의 마칠때 고향의 봄을 부르던 시절, 아빠가 우리를 위해 버섯국을 끓이고 청소기를 돌리던 시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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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hai Ahn Yoojin Ahn 그런 때가 있었지. ㅎㅎㅎㅎ


딸아이 중학교 졸업식 마치고 찍은 사진입니다. 199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