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0일 아침 일기
자동차 시동을 켜면 계기판에 오른쪽 전조등에 이상이 있다는 듯이 빨강불이 깜빡거리고 이상을 알리는 요란한 신호음이 들리기 시작한 지 꽤 오래지났다. 별 것 아니라 언제 기회가 있으면 단골 정비소에 가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제(5월 9일) 아침 정비소에 들렸다. 상태를 점검하더니 이건 전조등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오른쪽 앞 범퍼에 달린 센서가 없어졌다며 딜러에 가면 워런티 처리가 되기 때문에 무상으로 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 길로 가든그로브 현대로 갔다. 수리 받으러 온 차들의 행렬이 길었다. 조엘이라는 접수자가 예약했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다니까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잘못하면 내일까지 넘어갈 수도 있으니 전화로 예약하고 오라고 했다. 그럼 지금 예약하겠노라고 했다. 내일 오전 7시로 예약하고 그의 명함을 한 장 받아 챙기고 출근을 서둘렀다.
오늘(5월 10일) 7시 정각에 가든그로브 현대 딜러에 도착했다. 한국인 직원이 맞이했다. 오늘 아침 7시에 예약했다고 하면서 조엘의 명함을 보여주니 조엘은 다섯 번째 칸에 있다고 했다. 조엘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자동차를 잠시 살펴 보더니 센서가 안으로 밀려 들어가 있는 것 같다면서 큰 문제는 아니나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렌탈카를 불러줄까하고 물었다. 그냥 기다리겠다고 했다.
가든그로브 현대 딜러
라운지에는 이른 시각이라 커피도 없었고, 도넛츠도 없었다. 어제 튀긴 팝콘만 튀기는 통안에 있었다. TV를 켜고 아침 뉴스를 보다가 시장끼를 느꼈다. 거른 한 끼는 영원히 돌아 오지 않는다.
아침식사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가장 가까운 아침 먹을 수 있는 곳이 가든그로브 장모집이다. 살살 걷는다. Trask 길을 건너야 하는데 횡단보도가 멀리 있었다. 한 젊은 여성이 좌우를 살피더니 막 뛰어서 길을 건너고 있었다. 급할 것 없다.
천천히 건널목까지 걸어가 길을 건너 골목 골목을 돌아 걸었다. 하늘은 구름이 가득 덮고 있어 햇빛이 내리 쪼이지도 않는다. 걷기 딱 좋은 날이다.
오랫만에 찾은 가든그로브 장모집, 월요일을 제외하고 언제나 아침에 일하는 아주머니가 여전히 일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도 들릴 듯 말듯하게 인사를 한 것 같기도 하고 그저 고개만 까딱한 것 같기도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선지 해장국을 시켰다.
아주머니가 반찬을 먼저 갖다 놓았다. 잠시후에 밥과 해장국을 갖고 왔다. 그러면서 투고용 둥그런 통도 함께 갖고 왔다. 아주머니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올 때마다 먹기 전에 투고통을 달라고 해서 반쯤 덜어 놓고 먹었었다. 그러면 아주머니가 내가 덜어 놓은 것에 국물을 가득 채우고 밥 한 공기와 반찬들을 챙겨 주곤 했었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거진 일 년 만에 나타난 손님의 취향을 기억하고 있었던 거다.
예전과 똑 같이 반쯤 투고용 통에 덜어내고 밥을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일어서는데 아주머니가 국물을 채우고 밥과 반찬을 채워 넣은 비닐 백을 내밀었다. 딜러까지 걸어 가야 하니 잠시 맡아 두면 차를 타고 와서 갖고 가겠다고 하고 딜러로 돌아 왔다.
딜러에 도착하니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아침 뉴스를 즐기고 있는데 조엘이 왔다. 잠시 할 얘기가 있다며 자기 사무실로 가자고 했다. 사무실에는 한국말을 더듬거리며 하는 여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센서는 워런티가 안 된다며 일단 범퍼를 뜯고 센서가 작동되면 그대로 앞으로 내면 된다며 그 가격이 $187이라고 했다.
만일 센서가 작동을 하지 않으면 새 센서 값은 또 부담해야 하니까 추가된다고 했다. 조엘은 분명히 워런티로 된다고 했었다. 길게 얘기할 것도 없지 않은가. 차를 고치지 않고 그냥 가겠다고 했다. 센서 교체는 단골 정비업소에 가서 해도 된다. 가격도 저렴하고 그 사람에게도 일이 생기니 좋은 일이 아닌가.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15분이 지나 20분 가까이 되어 가고 있을 무렵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직원이 나를 좀 만나야겠다고 했다. 급한 일인가 보다.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했다. 일단 회사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조엘에게 내 차를 기다린지 20여분이 넘었다고 하자 자기가 챙겨보겠다고 했다. 거참 일 마음에 안 들게 한다. 잠시후에 조엘이 직접 차를 갖고 왔다.
회사에 들어와 직원과 면담을 하고 동네 단골 정비업소로 갔다. 상황을 설명하자 오늘부터 월요일까지는 밀린 일이 많다며 화요일 아침에 오라고 했다. 뭐 센서가 고장난 것이 급한 일도 아니고 화요일 아침에 다시 오기로 했다. 어느덧 시각은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은 없었다. 그러나 하루는 반나절이나 지나고 있었다.
또 한 끼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밥먹을 곳을 찾아야 한다.
아침 먹은 후 싸놓은 음식을 찾아 와야 하는데. 직원 전화를 받고 회사로 급히 들어가는 바람에 깜박 잊었다. 훌륭한 한 끼가 되는데. 회사로 전화를 걸어 매일 은행에 가는 직원에게 찾아다 점심식사를 대신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