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gle
2주 전에 후배(30회)가 전화를 했다. 내가 28회니까 2년 후배다. 골프 같이 치자고. 후배가 어느 파티에 갔다가 가장 섹시하게 춤을 추는 부부에게 주는 상품을 받았는데 Los Coyotes 골프 코스에서 네 사람이 공짜로 치는 것이라고 했다.
누구랑 치냐니까 내가 좋아하는 대학 후배(동국대학교 정외과 80학번) 한 사람과 역시 내가 좋아하는 고등학교 후배(33회) 한 사람의 이름을 댄다. 그래서 오랜 만에 골프장에 갔다. 10월 17일(금) 오후 12시 20분 Vista(전반9홀)/Lake(후반 9홀) course를 택했다.
전반 아, 죽썼다. 전반 9홀에 풀코스의 점수를 다 쳤다. 집에 가고 싶었다. 컵라면에 김밥을 사서 먹으면서 콧물을 흘린다. 어쩌면 눈물인지도 모른다. 후배들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후배가 말했다. 후반을 생략하고 어디 가서 술이나 퍼 먹자고. 그래도 그냥 치자고 했다. 후반에 잘 쳐보겠다고 마음을 다 잡으며. 후반 첫 홀 시작이 좋다. 처음으로 파를 했다.
그리고 두 번째 홀, 생애 첫 이글을 했다. 두 번째 샷을 하면서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너무 길었어"
그 때 후배가 말했다.
"아냐, 형, 어어어어 들어갔어."
"뭐라고? 어, 정말 공이 안 보이네."
후배들은 기념패를 해주겠다고 했다.
난 그러지 말라고 했다.
"무슨 패냐? 패는? 촌스럽게."
후반을 다 돌고 해가 지지 않고 있어 이번에는 Valley 코스에서 또 치기로 했다. 서너 홀 치고나니 어둠이 제법 깔리고 있었다. 공이 보이지 않는다. 난 그만 치기로 했다. 후배들은 껌껌해져서야 그만 치잔다. 근처의 식당으로 갔다.
'르네상스' 옛날 한국의 경양식집이 생각나는 집이다. 이글 한 내가 저녁 값을 내기로 했다.
맥주에 통닭은 기본 아닌가?
시원하다. 소주에 두부 김치, 닭똥집, 파전,
논쟁이 붙었다. 동성애자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이어서 미주 모 신문 컬럼쓰는 이가 지나치게 기독교에 대한 모독을 하고 있다면서 후배가 열을 낸다. 또, 미주 문인들을 폄하하고 있단다. 난 입을 꼭 다물고 있는다. 이글했으니까...
우리집은 걸어서 오분 거리, 마음도 편하다. 그런데 졸음이 온다.
후배들이 그만 파하잔다. 술도 어지간히 깼다. 신나게들 떠들었으니까...
그래야 한다.
난 내일 산에 간다.
고등학교 후배 둘도 함께 가기로 한다.
아니 둘 다 간다고 얘기 하지 않는다.
일곱시 까지 못오면 그냥 혼자 가세요.
만일 약속장소로 가는 중에 늦을 듯 하면 전화 할게요.
난 너희들을 믿지 않는다. 어떻게 술취한 놈들 말을 믿으란 말이냐.
집에와 그냥 골아 떨어졌다.
다음날 우린 다시 만나 산에 갔다. 후배 한 사람은 부인까지 모시고 왔다.
산행얘기는 다음에
사실 난 홀인원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어데서 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꿈속에서 했는지도 모른다.
분명히 하기는 했는데 꿈속인지 진짜로 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