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ker 2004. 10. 21. 20:08

내 큰 딸은 올해 26살이다.

 

이제 오는 12월 11일이면 시집을 간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큰 아들이 먼저 와 있었고, 딸 아이가 6개월 후에 왔다.

 

결국 내가 미국에 오게 된 것도 이 두녀석들 때문이었다.

 

몇 해 전에 대학을 졸업했지만 졸업식에도 가지 않은 아이다.

 

제 친구들은 부모님들과 사진도 찍고 온 식구들이 난리 법석을 떠는데

 

졸업식에 참석하면 뭐하냐며 가운을 입고 찍은 증명 사진 한장 없이 졸업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우리 딸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조그마한 식당에서 양파도 까고 청소도 하고 접시도 닦는 허드레 일을 하면서도

 

즐겁게 일을 하다가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대학 졸업할 때까지

 

그 병원에서 일을 하였다. 난 딸 아이에게 용돈은 커녕 학비를 준 일도 없다.

 

주립 대학에 다니는 탓에 학비가 비싸지 않은 탓이기도 하지만 집에서 학교에

 

다니니까 따로 생활비를 줄 필요도 없었다. 모두 제가 벌어서 해결하였다.

 

난 학비가 얼마인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신발이라고 하는 자동차도 대학교 2학년에서야 내가 타던 중고차를

 

주었는데 지금까지 타고 있다. 10년이 넘은 차를 잘 닦지도 않고 타고 다닌다.

 

고등학교부터 대학 1학년까지 친구들 차 얻어 타며 학교와 아르바이트를 왔다 갔

 

다 하며 지냈다. 아니 성당까지...

 

고등학교 1학년부터 대학 2학년 때 유럽 여행한다며 친구 둘과 돈을 모으기로 했

 

는데 정작 약속한 해가 되서는 약속한 친구 둘은 돈이 모아지지 않아

 

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되었다며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무엇이 고민이냐니까 혼자 여행을 떠나야 할 지를 고민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혼자라도 떠나라고 하였다. 무엇을 망설이냐 이제 떠나지 않으면 기회가

 

다시 오기는 어렵다고 하니 딸 아이는 본격적으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1984년에 한달 가량 유럽을 여행했던 오래된 내 경험까지 보태 45일간의 계획을

 

짠 후에 얼마 되지 않은 혼자 모은 돈을 갖고 식빵에 잼 발라 먹어 가며

 

펜팔로 사귄 친구들 집에 묵기도 하면서 다녀 온 딸이다.

 

그 딸이 시집을 간다.

 

신랑감을 얼마나 잘 골랐겠냐?

 

국민학교 4학년 때 한 반이었던 친구와 결혼을 한다.

 

몇년 전에 미국에 유학을 온 친구를 만나 사귀다가 결혼하게 되었다.

 

결혼식도 두번을 한다. 한번은 미국에서 또 한번은 한국에서

 

신랑될 녀석의 집이 한국에 있으니까 그래도 되겠지만 낭비는 낭비다.

 

두번씩 결혼식을 하다니....

 

내게는 또 딸이 하나 더 있다.

 

앞으로 17년 정도 더 있어야 큰 딸 나이가 될 딸이 지금 제 언니 자랄 때와

 

비슷한 모양으로 아빠를 웃습게 알면서 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