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인생 뭐 있냐?

Cmaker 2021. 3. 10. 07:30

   인생은 허무한 꿈 뿐이다(Life is but an empty dream), 살아보니 별 거 아니더라. 인생무상, 인생은 말짱 꽝이다. 인생의 부질없음을 얘기하는 벼라별 표현이 다 있다. 과연 인생은 말짱 헛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인생에는 분명히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내가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본격적으로 의문을 품고 부질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그때 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안 하던 공부를 하려니까 정말 숨차고 힘들었다. 특히 수학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수학 학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어머니에게 학원비를 달라고 하기에는 너무 염치가 없었다. 작은 이모에게 얘기했다. 이모는 아무 말하지 않고 큰 돈을 주었다. 딱 한 가지 물어봤다. 어느 학교에 진학하려고 하느냐? 나는 목표로 하는 학교 이름을 말했고 이모는 꼭 목표를 이루라고 했다. 

 

   당시 중학교 수학,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수학 강의로 이름을 날리던 신통한 선생의 수학 강의를 들었다. 그 강의를 들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아무튼 목표로 한 학교에 합격했다. 그리고 고교 시절을 재미나게 보냈다. 권투도 했고, 육체미 체육관에도 다녔다. 권투는 동경은메달 리스트 정신조씨가 수유리에 오픈한 조강체육관에서 배웠고, 육체미는 미아리 고개 넘어 가다 보면 오른쪽에 있는 성북체육관에 다녔다. 

 

그러다 고3이 되었고, 해군사관학교를 목표로 공부했다. 어렵고 힘들게 합격했다. 그러나 가입교 기간 중에 퇴교하고 올라오게 되었고, 대학 철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 입학하니 선배들이 철학과 주제가라면서 노래를 가르쳐주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니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히 생각하니
세상 만사가 춘몽중에
또 다시 꿈 같도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니
희망이 족할까
담소화락에 엄벙덤벙
주색잡기에 침몰하리
세상 만사를 잊었으면
희망이 족할까

 

   원곡은 희망가로 미국의 작곡가 제레미 잉갈스가 작곡한 " when we arrive at home " 이라는 찬송가로 우리나라에 복음이 전해지던 1920년대 유행한 노래 였다. 가사는 전해지는데 누가 지어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모일 때마다 불렀고, 개인적으로 몇몇이 모여 마실 때도 불렀다. 난 그 노래가 싫었다. 지금도 싫다. 축 늘어지는데다 노래 가사가 너무 자조적이고 사람 꽤죄죄하게 만든다.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우울해지고 어두워지지 않겠는가? 

 

   철학과 교수 중에 김용정 교수라는 분이 있었는데 이 분이 비교적 학생들과 소통도 잘하고 많이 이해해주는 분이었다. 말수가 적고 조용조용 얘기했으며, 강의 시간에도 평상시처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평생 피죽만 먹고 살아온 사람처럼 삐적 마르고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창백했고, 걸음도 목소리 못지 않게 힘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실비실했다. 그런 분이 회식 자리에서 노래를 할 때면 꽤 큰 목소리를 냈다. 그분이 잘 부르는 노래,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에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이 노래 제목도 모르고 따라 불렀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노래의 제목을 알게 되었다. '이별의 노래'

 

  참 슬픈 노래다. 왜 무엇이 그리 슬프다고 깊어가는 가을, 너도 가고 나도 간다고 울어야 했는가. 낮이 끝나고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다. 산촌에 눈이 쌓인 밤.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왜 눈 쌓인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운단 말인가? 과 주제가가 그랬던 것처럼 학생들이 좋아하는 교수의 노래도 그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동기생들은 밝고 명랑한 친구들이었다. 한 친구를 빼고 -사수인지 오수를 하고 들어왔다는 한 친구, 그 친구는 여름이 오기 전에 늦은 봄에 세상을 일찌감치 하직해버렸다- 남은 우리들은 대학 졸업한 지 4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만나고 있다. 

 

   한국에서 삶을 마흔에 정리하고 미국에 와서 27년을 보냈다. 지난 67년의 인생살이를 통해 삶이 과연 가치있는가하는 물음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다.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생에는 뜻이 있다. 분명히 무엇인가 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일장춘몽이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저마다 다르듯이 그 의미도 다 다르다. 먹고 자고 싸는 일을 반복하면서 산다는 점에서 짐승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우리 인간의 삶은 그저 단순히 먹고 자고 싸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먹고 자고 싸는가를 따져 본다면 인간의 삶은 짐승의 삶과 확실히 구별되어지는 것이다. 또 우리는 먹고 자고 싸기만 하지 않는다.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철학자는 우리가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과 구별된다고 외치지 않았던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인생에는 분명히 뭐가 있다. 그 무엇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여러분께 있어서 인생의 그 무엇은 무엇인가? 인생의 의미를 무엇에서 찾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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